"안전조치 소홀로 다친 뒤 자살했다면 병원 책임"

  • 입력 2007년 1월 23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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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안전조치 소홀로 환자가 상해를 입은 뒤 자살에 이르렀다면 병원측은 안전조치 미흡에 따른 책임 외에도 자살에 대한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정신분열증 치료를 받던 중 병실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가 척추장해를 입은 후 비관 자살한 이모 씨의 남편과 아들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사고와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가정 불화 등을 겪으며 정신병적 증세를 보이던 이 씨는 2002년 12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병원 3층의 폐쇄병실에 입원했다.

이 씨는 입원 하루 뒤 다른 환자들이 아침식사를 하러 간 사이 병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가 척추장해를 입었으며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며 살다가 1년여 후인 2004년 1월 자택에서 자살했다.

이 씨의 유족들은 사고가 비관자살로 이어졌다는 점을 들어 병원측에 1억4000여 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와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려면 후유장애로 인한 심신상실 또는 정신착란의 상태가 돼야 하는데 이 씨가 심신상실로 자살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안전조치 소홀에 따른 책임만을 인정, 병원 측이 13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발적인 배뇨가 불가능한 후유장해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이 씨가 비관자살한 것이니 설령 심신상실 또는 정신착란의 상태에 빠지지 않았더라도 후유장해가 자살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사고 이전부터 앓고 있던 정신분열증이 자살의 요인이 됐더라도 이는 손해배상액 산정 때 참작할 사유가 될 뿐이지 사고와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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