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검찰 간부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와 “재판부가 ‘알아서 정리하겠다’고 한 뒤 실제 법정에서 진행된 상황과 다르게 공판조서가 작성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변호사들이 공판조서가 정확하게 작성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언젠가는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올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견 변호사는 “법원이 속기록과 녹음테이프를 공개해서 공판조서와 비교하면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인지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판조서에 공판내용을 충실히 기록했다면 속기록과 녹음테이프 내용은 공판조서와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생각이어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국내 대형 로펌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중요 사건이나 민감한 부분은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이래서는 공판중심주의가 제대로 정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에서 검사가 앉는 자리에서는 재판부 직원이 작성하는 속기록 모니터를 볼 수 있는데 내가 직접 듣는 이야기도 다르게 기록돼 놀란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사의 신문조서는 피의자가 일일이 확인하고 서명 날인까지 한다. 그러나 공판조서는 절대적 증명력을 갖는 문서인데도 그런 확인 절차도 없다. 언젠가 공판조서 작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질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검사들은 “재판부가 알아서 정리해 놓겠다고 해서 나중에 보면 엉터리로 정리해 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1심 공판조서가 엉망이어서 항의하면 판사들이 귀찮아서인지 항소심에서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로펌 변호사는 “공판조서는 변론의 요지를 적게 돼 있지만 그것은 사건의 실체와 관련이 없는 사소한 경우에 한한다”며 “공소장 변경처럼 사건의 실체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보다 엄격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구두로 공소장 변경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의 동의를 얻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이 변호사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삼성’이 당사자인 사건인데 구두로 공소장 변경을 하는 것은 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절차적으로는 분명히 불투명했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