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엄격히 지키지 않으면 공판중심주의 정착 어려워”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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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검찰총장(앞)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인지부서(특별수사, 마약조직범죄, 공안) 부장검사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논란이 된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의 공소장 변경 문제에 대해 “우리가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연합뉴스
정상명 검찰총장(앞)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인지부서(특별수사, 마약조직범죄, 공안) 부장검사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논란이 된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의 공소장 변경 문제에 대해 “우리가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연합뉴스
삼성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조서 허위 작성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조계 내에서는 “이번 기회에 공판조서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22일 검찰 간부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와 “재판부가 ‘알아서 정리하겠다’고 한 뒤 실제 법정에서 진행된 상황과 다르게 공판조서가 작성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변호사들이 공판조서가 정확하게 작성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언젠가는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올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견 변호사는 “법원이 속기록과 녹음테이프를 공개해서 공판조서와 비교하면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인지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판조서에 공판내용을 충실히 기록했다면 속기록과 녹음테이프 내용은 공판조서와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생각이어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국내 대형 로펌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중요 사건이나 민감한 부분은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이래서는 공판중심주의가 제대로 정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에서 검사가 앉는 자리에서는 재판부 직원이 작성하는 속기록 모니터를 볼 수 있는데 내가 직접 듣는 이야기도 다르게 기록돼 놀란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사의 신문조서는 피의자가 일일이 확인하고 서명 날인까지 한다. 그러나 공판조서는 절대적 증명력을 갖는 문서인데도 그런 확인 절차도 없다. 언젠가 공판조서 작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질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검사들은 “재판부가 알아서 정리해 놓겠다고 해서 나중에 보면 엉터리로 정리해 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1심 공판조서가 엉망이어서 항의하면 판사들이 귀찮아서인지 항소심에서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로펌 변호사는 “공판조서는 변론의 요지를 적게 돼 있지만 그것은 사건의 실체와 관련이 없는 사소한 경우에 한한다”며 “공소장 변경처럼 사건의 실체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보다 엄격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구두로 공소장 변경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의 동의를 얻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이 변호사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삼성’이 당사자인 사건인데 구두로 공소장 변경을 하는 것은 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절차적으로는 분명히 불투명했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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