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판장이 검사 이의제기 막았다”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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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결심공판의 공판조서에 검사와의 문답 내용을 임의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한 것에 대해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사건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 조희대 부장판사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2월 7일 결심공판 당시 검찰과 변호인의 동의를 얻어 공소장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조 부장판사는 “공판이 끝난 뒤 담당 검사들이 판사실을 찾아와 공소장 변경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검사도 동의했다”면서 “공소장 변경 사실을 몰랐다면 검사들이 내 방에 왜 찾아왔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결심공판 때 담당 검사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의를 제기하는 질문을 하려 했지만 조 부장판사가 ‘재판은 재판장이 한다’며 가로막았다”면서 “공판이 끝난 직후 조 부장판사의 방으로 찾아갔으나 ‘(법정에서 기록한) 속기록대로 정리하겠다’는 뜻만 전해 들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공소장 변경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때(이달 18일)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40여 일이 지나도록 공소장 변경 사실을 몰랐다는 것으로, 법정에서 담당 검사가 공소장 변경에 동의하지 않았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어 이 차장은 “법정에서 공소장 변경 과정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지적해 검찰과 변호인들의 동의를 얻었다는 조 부장판사와는 다소 다른 견해를 보였다.

조 부장판사는 “설령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당사자(검찰과 변호사)가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의 고위 관계자는 “공판조서를 정리할 때에는 토씨 하나까지 일일이 적지 않고, 공소장 변경에 합의가 있으면 정해진 양식에 맞춰 그 요지를 기록한다”며 법정에서 실제 오간 발언 내용과 공판조서에 적힌 내용에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요지를 적더라도 실체와 달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날 논평을 통해 “대법원이 직접 나서서 공판조서의 허위 기재 여부와 이유를 조사하고 허위 기재가 사실이라면 담당 법관들에게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법감시센터는 또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결심공판의 내용을 기록한 공판조서가 실제 법정에서 진행된 일과는 다르게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판조서를 허위로 기재한 것은 공판중심주의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절대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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