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도 따로 졸업도 따로… ‘단과대 분권 바람’

  • 입력 2007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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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주요 대학이 앞 다퉈 단과대별 경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대학의 신입생 모집 광고와는 별도로 단과대 신입생 모집 광고를 내는가 하면 단과대별 목표관리제(MBO)를 도입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은 고려대.

고려대는 지난해 초 교수 1인당 논문 수, 기금 확보, 학생 취업률 등 13개 항목에 대해 단과대별로 1년간의 ‘자기 성적표’를 내놓았다. 순위에 따라 전체 등록금의 일정 비율이 단과대별로 차등 지급됐다.

서강대도 단과대별 MBO를 도입하고 이달 말 7개 단과대에서 자체 평가서를 받아 다음 달 22일 전체 교수회의에서 순위를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 손병두 총장과 수업평가, 연구업적, 국제화 등의 항목으로 1년치 목표를 정해 협약을 체결했던 각 단과대 학장들이 이번에 그 첫 번째 결과를 내는 것. 학교는 이를 평가해 1등을 한 단과대에 2억 원, 2등 두 곳에는 각각 1억 원의 포상금을 줄 예정이다.

연세대는 2007년 신입생을 모집하며 아예 법대와 경영대의 신입생 모집 광고를 학교 광고와는 별개로 주요 일간지에 실었다. 법대와 경영대 동문회도 광고비를 지원하며 ‘연세대’가 아닌 ‘연세대 법대’ ‘연세대 경영대’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이는 최근 정창영 총장이 “이공계에 비해 주춤하는 법대와 경영대를 집중 육성하고, 교수 충원과 재정 지원 등에서 다른 단과대보다 우선권을 주겠다”고 밝힌 내용에 따른 것이다.

숙명여대도 다음 달 열리는 졸업식을 학교 설립 이후 처음으로 단과대별로 진행하기로 했다.

단과대가 예산 편성과 집행권을 갖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는 대학도 생겨나고 있다.

성균관대는 2003년 출판부를 대상으로 자율채산제를 실시해 흑자 경영이라는 뜻밖의 성공을 거두자 이를 단과대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동국대도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려는 ‘108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단과대 중심의 분권형 모델을 검토하며 경영전문대학원에 독립채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도 예외는 아니다.

사범대는 인문·사회계열 교수의 승진 심사에서 국제적 인정을 받는 연구 업적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기로 했다. 자연대와 공대는 지난해 11월 삼성경제연구소에 컨설팅을 의뢰한 결과를 바탕으로 단과대학장·학과장 책임운영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세대 김준석 경영대학장은 “대학에는 특성이 다른 단과대가 모여 있는데 같은 방식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끌고 가서는 오히려 각 단과대에 족쇄가 될 수 있다”며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단과대에 맞는 정책 지원과 권한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관리제::

개인이나 팀 등 하부 조직이 조직 전체의 목표와 관련해 각각 상황에 맞는 목표를 설정한 뒤 달성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경영 기법이다. 최근 대학에도 도입돼 지난해 고려대의 경우 단과대별로 순위에 따라 전체 등록금의 일정 비율을 지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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