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사고 부주의' 피해자도 부분 책임

  • 입력 2006년 12월 17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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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밤과 17일 새벽 서울에 폭설이 내려 교통사고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좀처럼 규명이 쉽지 않은 `눈길 사고' 책임에 대해 법원이 어떤 잣대를 적용하는지 관심을 끈다.

판례를 보면 아무리 악천후였어도 중앙선 침범 등 중과실을 범한 가해 차량은 민ㆍ형사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반면, 안전 조치 없이 눈길 사고를 수습하려다 또다른 사고를 당한 피해자 또한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이 도로공사측의 안전조치 미비 등으로 사고의 원인을 돌리려는 사고 차량측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은 운전자의 안전운전이 최선이라는 점을 새삼 상기시켜 주고 있다.

◇"방만한 눈길 수습…많게는 40% 책임" = 적정한 조치 없이 눈길에 정차한 뒤 차량을 고치거나 사고 수습을 하려다 새로운 사고를 당한 경우, 피해자도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작년 8월 빙판길 운전 중 미끄러져 갓길에서 차량 뒷바퀴에 체인을 장착하려던 황모씨를 치어 숨지게 한 신모씨의 보험사가 황씨측 보험사에 "미리 황씨 유족에게 지급한 보상금 중 일부는 돌려달라"며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측에 3000여만 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1차적 책임은 가해차량에 있으나 피해자측도 갓길 정차시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한 뒤 도로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했던 만큼 10%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비상등을 켜 놓고 눈길에 서 있다가 사고를 당했어도 이를 예방하는 피해자의 사전 조치가 불충분했다면 40%까지 책임을 질 수 있다는 판례도 있다.

1994년 2월 김모씨는 눈길에서 옆 차량이 끼어들어 급제동했다가 차량이 180도 돌아가자 비상등을 켜고 노상에 차를 세워 뒀다.

택시기사 양모씨는 길 한복판에 정차한 채 차량 앞유리를 닦던 김씨를 치어 다치게 했고 택시운송사업조합측은 피해자측에 치료비 등 6600여만 원을 지급한 뒤 "김씨도 과실이 있다"며 보상금을 일부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2003년 10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고를 낸 택시기사의 과실도 있지만 차량이 반대방향을 향하도록 정차해 두고 수신호를 하거나 고장표지를 설치하지 않은 김씨측에게도 40%의 책임이 있다"며 김씨에게 2600여만 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중과실 가해자 형사처벌 = 눈길 사고 가해자가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도주하는 등 중과실을 범했으면 피해자와 합의했어도 처벌을 면치 못한다.

대전지법 공주지원 조병구 판사는 올해 4월 운전 중 눈길에 미끄러져 차량이 중앙선을 넘으면서 마주 오던 차를 들이받아 운전자에게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황모(여)씨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조 판사는 "이 사고가 기후 요인 때문에 발생했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인정하더라도 노면이 미끄러울 때 제동장치 조작에 주의를 다해야 하는 의무를 하지 못해 중앙선을 침범한 점 자체로도 비난 가능성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대전지법 논산지원도 2004년 4월 눈길 교통사고를 내 피해차량 운전자에게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뒤 별다른 조치 없이 사고 현장을 떠난 이모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도로관리 책임인정 쉽지 않아 = 미끄러운 도로를 방치했다거나 표지판 등으로 사전에 위험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은 도로공사측의 과실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작년 6월 눈길에 미끄러져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윤모씨의 보험사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윤씨에게 지급한 보험금 일부를 부담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사측이 미끄러운 도로를 방치했다거나 미리 운전자들에게 도로 상황을 알릴 수 있었는데도 고지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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