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재우기, 문신 속 동물 잡기…" 삼청교육대 가혹행위

  • 입력 2006년 11월 10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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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 안재우기'에서부터 '알몸 상태에서 물 붓기' '문신 속 동물 때려잡기'…. 삼청교육대의 순화 교육대상자에 대한 가혹 행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자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과거사조사위가 10일 발표한 '삼청교육대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신군부가 1980년대 초반 불량배 소탕을 목적으로 군부대에서 운영한 이른바 '삼청교육대'에서는 피검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구타와 가혹행위가 상습적으로 자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교육 중 태도불량자에 대해서는 '특수교육대'를 별도로 운용하며 더욱 가혹한 인권유린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교육대 수용자들은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오전 6시에 기상, 오후 6시까지는 유격체조, 기초 장애물 극복, 공수 접지훈련, 봉체조 등 각종 체력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밤에도 다음날 기상시간까지 이어지는 고문 수준의 혹독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오후 6시 이후 개인 반성시간과 정신교육, 암기시간, 점호 및 암기사항 측정을 거친 후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의 취침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이후부터 오전 6시 기상시간까지는 1시간 30분마다 강제로 일어나 피티체조 등 특수훈련을 30분씩 해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

한밤에 알몸상태에서 찬물 세례를 받거나 각목과 쇠파이프로 구타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고 부대 외곽의 철조망 근처에만 가도 여지없이 실탄 사격이 가해졌다.

삼청교육 피해자인 안모 씨는 "몸에 새를 그려 놓은 문신이 있으면 새를 잡는다고, 또 호랑이 문신이 있으면 호랑이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몽둥이로 집중적인 구타를 당했다"며 아픈 기억을 되살렸다.

역시 피해자인 임모 씨는 "한겨울 새벽에 연병장에 알몸 상태로 집합시켜 물 묻힌 빗자루로 물을 뿌린 뒤 움찔거릴 때마다 몽둥이 구타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박모 씨는 "가장 참기 힘들었던 것은 배고픔과 동료를 서로 세워놓고 나쁜 사람으로 평가하라고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화천군 오음리 전 월남파병 훈련소에서 삼청교육을 받은 여성 319명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른바 원산폭격에 쪼그려 뛰기 등이 이어졌고 연병장에 돌이 많아 대부분의 여성 수용자들이 원산포격을 하다 정수리가 터져 붕대를 감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계엄사령부의 교육계획에는 '입소 직후 3~5일간 공복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육체적인 반발과 저항력을 감소시키고 질서유지에 필요한 복종심 등을 키우기 위해 4일간 하루 2끼니 분을 3끼로 나눠 급식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당에는 '돼지보다 못하면 돼지고기를 먹지 말고 소보다 못하면 소고기를 먹지 말자'는 구호를 붙이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유린과 불법행위는 영장없이 무작위적으로 자행된 검거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모 씨는 1980년 7월 말경 부산 동구청 보건소 앞에서 불심검문 과정에서 몸에 문신이 있다는 이유로 연행돼 삼청교육대로 연행됐다.

김모 씨는 1980년대 말경 "강도를 한 명 잡았는데 너를 잘 안다고 한다. 경찰서에 가서 확인을 좀 해달라"며 집에 찾아온 경찰관의 말을 듣고 따라갔다 삼청교육을 받았다.

과거사위는 삼청교육 과정에서 이 같은 인권유린과 가혹행위를 근거로 기존에 알려진 54명의 사망자 중 병사(病死)로 분류된 36명 가운데 구타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거사위는 "순화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진 삼청교육은 정당한 교육훈련의 범위를 넘어서는 반인간적 가혹행위이자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시킨 행위였다"고 평가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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