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닫힌 ‘주민개방 학교 체육관’

  • 입력 2006년 9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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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동중학교에는 4월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하도록 복합문화체육센터가 건립됐지만 학교와 구청 간의 운영에 관한 이견으로 아직 개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동중학교에는 4월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하도록 복합문화체육센터가 건립됐지만 학교와 구청 간의 운영에 관한 이견으로 아직 개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동중학교에는 4월 지상 1층, 지하 3층 연면적 3900m²(1180평) 규모의 체육관 헬스장 수영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체육센터가 들어섰다.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조건으로 서초구청과 시교육청이 74억 원을 들여 지은 시설이다.

구청은 막대한 터 매입비를 들이지 않고도 주민을 위해 지역 사회 내에 생활체육공간을 확보하고, 학교는 부족한 체육시설을 마련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운영을 두고 논의가 시작되면서 시설 운영권, 개방 대상과 개방시간대, 적자 발생시 보전방법 등에 대해 이견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국 개방은 몇 달 째 미뤄지고 있다.

학교 체육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해 주민에게 개방하는 ‘학교복합화시설’이 구청과 학교의 동상이몽 속에 개방이 연기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학교는 관리인력 부족, 운영비 부족, 보안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학교시설인 만큼 학생들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구청은 건립비용을 댄 만큼 주민에게 조속히 개방하라는 것.

현재 서울 시내 ‘체육관 개방학교’는 26곳이다. 공사를 마치고 개관을 앞둔 학교가 8곳, 13개 학교는 추진 중이다. 시는 2010년까지 ‘체육관 개방학교’를 116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개관을 앞둔 8개 학교 중 신동중을 비롯해 5곳이 학교와 구청의 운영에 관한 견해차로 운영 협약조차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5월 실내체육관을 준공한 강동구 길동초등학교도 ‘학생 프로그램 때문에 당분간 주민들에게 개방하기 어렵다’며 방과 후 체육관을 걸어 잠그고 있다.

강동구청 문화체육과 이종헌 팀장은 “2007년 초 다시 협의하기로 했지만 학교 개방은 교장의 권한이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현재 운영 중인 시설 가운데도 주민 개방이 사실상 제한된 학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동중 서경희 행정실장은 “시설의 관리·운영비에 대한 예산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기물 파손이나 사고 발생시 모든 책임을 학교가 져야 하는데 선뜻 나서는 학교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와 구청은 교육청과 ‘학교복합화시설 운영지침’을 마련하며 개방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건립비를 반환한다는 규정을 넣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역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해당 학교에 강제할 수는 없지만 개방을 조건으로 선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예산이 지원된 만큼 이제는 학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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