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커지는 민주화委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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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안심사 소위가 기획예산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위)의 권한을 강화하고 보상을 확대하는 방향의 법률안 개정에 합의해 향후 처리 과정이 주목된다. 소위가 합의한 법안은 비슷한 성격의 과거사 위원회들이 인정하지 않는 ‘민주화 관련자’에게도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해 다른 과거사 위원회의 대상자 확대 요청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확정 판결이 내려진 구금자에 대해 법원의 재심을 거치지 않고 민주화위가 임의로 판단해 보상금 등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소위는 8일 이런 내용을 포함해 10여 가지 항목이 변경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는 12일 행자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며 여당 의원들이 강하게 찬성하고 있어 큰 변수가 없는 한 통과될 예정이다.

▽점점 커지는 과거사 위원회=민주화위는 소위에서 합의된 안대로 통과될 경우 추가 보상금 등으로 모두 268억67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화 인사 인정 시한을 현행 ‘1969년 8월 7일’에서 한일회담 반대를 위한 첫 시위가 벌어진 1964년 3월 24일로 앞당기는 데만 142억5400만 원이 추가로 든다.

민주화 관련자의 유족과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1년 이상 다니던 직장에서 해직된 사람에게까지 생활지원금 지급을 확대하면 76억5900만 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재직기간 1년 이상인 해직자에게도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거나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다친 사람에 대해 모든 의료비를 소급해서 지급하는 내용은 다른 유사 과거사 위원회에서는 시행되지 않는 안이다.

이에 따라 다른 과거사 위원회가 법률 개정을 요청할 경우 예산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위는 2000년 8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보상금으로 265억 원, 생활지원금으로 255억 원을 지급했다.

▽위헌 논란=이번 개정안에는 민주화위가 전과기록 삭제를 요청할 경우 관계 기관은 관련자의 수형인명부와 수사자료표를 삭제하고 수형인명표를 폐기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명예회복 신청 대상에 구금 또는 기소중지된 수배자, 강제징집자를 추가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일부 전문가는 전과기록 말소권은 한시적인 기구인 민주화위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고 정당한 사법절차 과정인 구금자에게도 민주화위의 판단만으로 보상금 지급이나 명예회복 등의 형사보상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형사보상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형사보상의 원칙은 자신이 받은 형벌이 명백하게 잘못으로 밝혀졌을 때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이다.

국회 행정자치위 전문위원도 검토보고서에서 “16대 국회에서도 형사보상 확대를 논의했으나 헌법상 형사보상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성격의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사망자, 행방불명자, 상이를 입은 자만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민주화위원회가 형사보상금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전문가적 시각으로 중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이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행자위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기획예산처 담당자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나서서 막아 달라고 부탁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명예회복에 중점을 둔 과거사 위원회법 입법 취지가 과도한 보상으로 오히려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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