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신약 10개중 8개는 이름도 못올려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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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5년 병의원 처방약 목록은 국내 제약업계의 열악한 실정을 보여 준다.

병의원 처방약 10위 가운데 3위(LG생명과학의 자니딥정)와 8위(한미약품의 아모디핀정)만 한국 제약사가 차지했다. 그나마 이들 약은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외국 신약의 복제약이다.

▽막강 파워 한국화이자=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만든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는 2003년부터 줄곧 처방약 1위를 차지했다. 1981년부터 국내에 시판된 노바스크는 한 알에 500원대로 저렴하며 하루 한 알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간편하다.

한국화이자는 노바스크 외에도 동맥경화치료제 리피토정 등 5개 품목으로 지난해 전체 처방약 약값의 10%(1863억8000만 원)를 차지했다.

한국 화이자를 비롯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한국MSD, 한국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 5개사는 전체 처방약 약값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제약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방약 약값 5위 안에 든 대웅제약 한독약품 SK케미칼 한미약품 동아제약 등 5개사의 비중은 22%였다.

▽국내 신약은 없다=현재 국내에서 자체 개발된 신약은 총 10개다. 이 가운데 2개만이 100위 안에 들었다. 이 2개의 약값은 100대 처방약 전체 약값 가운데 3%에 불과했다. 국내 제약사는 대부분 외국 신약을 복제하거나 약간 변형해 팔고 있다. 일부 제약사는 외국 제약사의 허가를 받아 신약을 생산하거나 외국 신약의 국내 판매 대행을 맡고 있다.

100위 안에 든 약 가운데 52개를 국내 제약사가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2개는 자체 개발한 신약이며, 23개는 국내 제약사가 수입해 판매하는 신약이다. 4개는 국내 제약사가 외국 제약사의 허가를 얻어 국내에서 제조하는 약이고, 나머지 23개는 국내 제약사가 외국 신약을 일부 개량해 만든 복제약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수입 판매하는 약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외국 제약사가 한국 지사를 설립하면서 수입 판매권을 회수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수입 판매약의 경우 너무 많이 팔려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이 처방된 약은 고혈압 약=100위 안에 든 약을 질병별로 분류하면 한국화이자의 노바스크 등 무려 27개 약이 고혈압(일부 협심증 포함) 치료약이었다. 약값 비중으론 32.0%였다. 고지혈증 예방약, 동맥경화 예방약, 혈액순화제 등 혈액 치료약 11개가 2위(12.2%)를 차지했으며 이어 항암제 등 암 치료제 7개 품목(7.5%), 당뇨병 치료제 5개 품목(6.4%), 항생제 및 항 바이러스제 6개 품목(5.7%), 위장질환 치료제 5개 품목(5.5%), 정신과 및 신경과 질환 7개 품목(5.3%), 관절염 및 뼈질환 치료제 5개 품목(4.6%) 등의 순이었다.

본보의 이번 조사는 병의원에서 처방된 약, 다시 말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발기부전 치료제나 비만 치료제 등 최근 수입은 늘고 있으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품까지 합치면 한국 약품시장의 대외 의존도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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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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