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라르 뱅데]물, 21세기 ‘푸른 황금’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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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수없이 많다. 에너지, 기후 변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같은 질병 등이 대표적인 문제에 해당한다. 이런 문제들의 리스트에서 몇 년 안에 맨위에 올라갈 문제는 단연 ‘물’이다.

사람이 사는 데 물은 공기와 더불어 없어선 안 된다. 그런데 전 세계 인구의 40%가 정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5명 가운데 1명은 아예 음용수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과 인도도 상황이 나쁜 나라에 해당한다.

물과 관련된 문제는 21세기 인류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인류의 갈등, 분쟁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만 예로 들어도 충분하다. 이스라엘은 물을 장악하기 위해 골란 고원을 점령했다. 터키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안고 있는 덕택에 이웃 국가들에 물을 공급하는 우월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물이 분쟁의 근원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단결의 촉매제가 될 것인지의 결정은 인간에게 달려 있다.

지구상의 물 가운데 마실 수 있는 물은 제한돼 있다. 음용수의 상당량은 극지방에 얼음 형태로 남아 있거나 바이칼 호 같은 큰 호수에 저장돼 있다. 세계가 물 부족을 겪는 것은 분배 문제 때문이다. 지구상에 물은 충분히 있지만 분배가 공평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인 한 명은 매일 평균 500L의 물을 쓰지만 아프리카 사람은 20L도 채 쓰지 못한다.

물이 부족한 곳에선 오염 문제까지 크게 대두돼 그나마 있는 물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염된 물은 콜레라를 비롯한 수많은 질병의 근원이 된다. 따라서 그 지역의 실정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물 문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아프리카 사막지대의 문제를 다룰 수는 없다.

프랑스를 예로 들어 보자. 프랑스 동부지방에는 ‘바생뫼즈’라는 기관이 있다. 공무원, 시민, 농민, 축산업자 등이 모여 공동의 자산인 물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함시킨 것은 책임 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장치다.

농업은 오랜 옛날부터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산업이다. 현재도 지구상의 물 4분의 3이 농업과 축산에 쓰인다. 현대 농업에서 대량 생산을 위해 비료와 살충제 사용은 필수적인데 비료와 살충제는 지하수 오염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바생뫼즈’는 정수를 위해 돈을 쓰기 전에 오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가 강이나 개천 옆에 둑을 쌓고 풀을 심는 것이다. 살충제가 지표수에 흘러드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다.

돈이 적게 드는 간단한 장치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예는 네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연구팀이 네팔을 위해 개발한 정수기는 하루 1달러밖에 못 버는 극빈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정수기의 첫 번째 층은 물속의 비소를 빨아들이는 녹슨 못으로 구성돼 있다.

두 번째 층은 자갈과 모래로 구성돼 박테리아를 제거한다. 이 정수기는 한 달 이상 사용할 수 있으며 시간당 15L를 걸러 낸다.

폴란드의 우치 시는 늪을 만들어 정수 능력을 크게 높였다. 늪과 주변에 심은 버드나무가 하수로 흘러드는 오염된 물을 1차로 걸러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이 방식은 폭우가 쏟아질 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우 때 기존의 하수처리 장치는 처리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물은 선조에게서 물려받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물이 풍부한 나라들은 인류의 자산을 관리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물을 관리하며 분배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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