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고의과실 없어도 정정보도 청구… 악용 막으려면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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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이 보장하는 정정보도 청구권을 언론피해구제법에 별도로 둘 필요가 있는가.’

언론중재위원회 주최로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 쟁점과 방향’ 토론회에서는 언론피해구제법의 정정보도 청구권 조항의 필요성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김재협 서울 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토론회에서 “민법상 정정보도 청구(제764조)와 다른 별개의 정정보도 청구권을 언론피해구제법에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와 같은 정정보도 청구제도를 둔 나라는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피해구제법은 민법과 달리 언론사의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이 없더라도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으며(제14조), 법원은 소송이 제기된 뒤 3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7조). 헌법재판소는 6월 29일 ‘정정보도의 청구에는 언론사의 고의 과실 또는 위법성을 요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법으로 인해 정정보도 청구가 남발돼 권력형 비리를 규명하는 보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태수 변호사는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주체는 정부 부처나 대기업 노조와 같은 힘 있는 기관”이라며 “힘 있고 돈 많은 자들이 비리 노출을 막기 위해 정정보도 청구권을 악용하고 있는데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도 요하지 않는 정정보도 청구권은 언론 보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양경승(사법연수원 교수) 판사는 “반론 보도만으로는 피해 구제가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며 “진실하지 못한 정보를 빨리 제거해 피해자의 인격권을 보호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판사는 대신 언론사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보도가 허위임을 입증할 책임을 언론사가 아닌 피해자가 지도록 명문화하고 △언론피해구제법에 따라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람은 민법에 의한 정정보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박영상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권력자가 정정보도 청구권을 오남용할 우려가 있으므로 보도가 허위라는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지도록 하는 데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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