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학 “동지는 간데없고…”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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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연세대 본관 앞에는 ‘90년대의 개념으로 2006년을 살아가는 총학 친구들, 이제 그만∼’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현수막은 총학생회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이 현수막은 13일 누군가에 의해 반으로 찢긴 채 철거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0일 연세대 본관 앞에는 ‘90년대의 개념으로 2006년을 살아가는 총학 친구들, 이제 그만∼’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현수막은 총학생회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이 현수막은 13일 누군가에 의해 반으로 찢긴 채 철거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학 총학생회(총학)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2일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황라열(30) 씨의 독특한 이력이 알려진 뒤부터다. 현실적인 공약을 내세운 인디밴드 가수 출신의 황 씨는 거대담론을 외쳤던 운동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탈(脫)이념’ 현상 가속화=이번 서울대 총학 선거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대학 총학 선거에서도 비운동권 출신 후보가 당선됐다.

이는 몇 년 전부터 급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한 ‘탈이념’ 현상이 갈수록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각 대학의 동아리들도 대체로 이 같은 현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치적, 이념적 이슈보다는 학교생활이나 취업 등과 관련된 학내 활동에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

여기에 특히 올해 들어 두드러진 현상은 총학 구성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 총학은 지난해 11월 ‘총학 선거에서 투표율이 50%를 넘겨야 한다’는 규정에 걸려 구성이 무산됐다. 이후 이달 4일부터 재선거를 한 뒤 투표 기간과 시간까지 연장하면서 결국 최종 투표율 50.6%로 가까스로 구성됐다.

고려대 총학도 지난해 투표율 저조로 총학 선거가 무산되자 재선거를 하고서야 투표율이 커트라인을 통과한 경우다. 52.7%라는 투표율 역시 학교 측에서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병설 보건대 2, 3학년생 표를 제외하면 51.1%로 떨어진다. 서울시립대와 동국대의 경우 지난해 저조한 투표율로 총학 선거가 무산돼 총학 없이 1년을 보낸 바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이 이념 추구든 현실적 공약이든 총학 선거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黃相旻)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정치적 관심사와 개별 사안에 따라 ‘∼빠’, ‘∼안티’ 등의 형태로 자신의 주장을 펴고 있다”며 “자기 관심사에 따라 조직하고 어울리는 대학생들이 굳이 총학 조직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학 학생회, 대안 찾기에 나섰지만…=이에 따라 아직 뚜렷한 지향점은 없지만 일부에서는 운동권도, 비운동권도 아닌 ‘제3의 대안’을 찾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01년 이후 ‘명예혁명’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비운동권을 자처한 한양대의 경우 5년째 총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학 총학생회장인 신재웅(23) 씨는 “당초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에 대항하며 비운동권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운동권도 비운동권도 아니다”라며 “기존 학생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봉사, 학내 복지 개선 활동 등이 학생들의 지지를 받는 주요 요소”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손석호(26) 총학 집행위원장은 “학생운동 1세대가 정치투쟁이 목적이었다면 2세대는 학내 문제에 집중했다”며 “이제 3세대 학생회는 학생들과 소통하고 학내 문제를 해결한 뒤 학생들과 관련된 정치 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宋虎根) 교수는 “투표율은 떨어지고 선거 형태도 다양해지는 것은 자기 계발, 개성을 형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요즘 학생들의 특성이 집단운동 형태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소집단과 집단운동의 정체성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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