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검찰… 민원상담원 방연옥 씨의 뿌듯한 하루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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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환기자
홍진환기자
《‘담당 부서로 전화 연결하겠습니다’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로. 지난달 15일 문을 연 검찰 민원상담센터 상담원 방연옥(方蓮玉·52·여·사진) 씨. 방 씨는 30년간의 ‘단순 전화 교환 업무’를 끝내고 ‘검찰 법률 상담 요원’으로 거듭났다. 검찰의 민원업무 혁신 정책에 따른 것. 방 씨가 ‘법을 알게 되면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세상, 그리고 새로워진 방 씨 자신의 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몇 마디 답변에도 민원인들은 연방 고맙다고 합니다. 예전에 검사실이나 담당 부서로 연결해 주던 민원전화에 간단한 설명을 더해 주는 것뿐인데….”

지난달 15일 민원상담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방 씨가 상담원으로 변신하는 일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그는 다른 상담원 11명과 합숙까지 해 가며 검사들에게서 개별적으로 법률 교육까지 받았지만 처음 2주간은 입도 잘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전화는 정신없이 울려대고 머릿속은 점점 멍해지고 입은 풀로 붙인 것 같고…. 30년 가까이 전화를 받았지만 전화 오는 것이 그렇게 두렵고 긴장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달 27일 오후 방 씨는 한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2년 전에 남편이 사업하다 문제가 생겨서 중국으로 도망갔어요. 1년 전부터 아이들 보고 싶다고 귀국하겠다는데 돌아오면 감옥 갈까봐 두렵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방 씨는 교육받은 대로 해당 사건을 검색한 뒤 그 아주머니의 남편이 벌금 처분이 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벌금 250만 원을 먼저 내면 남편은 돌아올 수 있습니다. 벌금 안 냈다고 징역 사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것이 방 씨의 첫 상담이었다. 답변을 들은 아주머니는 울먹이면서 “어서 빨리 벌금을 내고 남편이 들어오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방 씨는 전했다. 민원인이 감사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방 씨는 자신감과 사명감이 생겼다. 잘 모르는 민원이 생길 때마다 ‘동생’인 동료 상담원들에게 시간 날 때마다 꼬치꼬치 캐물으며 귀찮게 했다. 방 씨는 차츰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느낌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전화 교환 업무가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할 정도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 잘 믿기질 않아요.”

검찰 업무에도 변화가 왔다. 민원상담센터 관계자는 “예전에는 직접 상담이 20%, 전화 연결이 80%였는데 요즘은 그 비율이 역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씨는 아직도 자신이나 민원인이나 법을 모르기는 거의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명심한다고 한다.

“간단한 법률교육은 받았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요. 민원인들 처지에 훨씬 가깝죠.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설명하게 됩니다. 아무리 간단한 처분도 그 뜻을 모르는 민원인들한테는 하늘이 무너질 만큼 두려운 일일 겁니다.”

서울중앙지검 민원상담센터는 오전 9시∼오후 6시(전화 02-530-3114)까지 운영된다. 상담센터가 쉬는 밤이나 주말, 공휴일에는 당직실(02-530-4290∼3)로 전화하면 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사건담당은 ○○○검사이며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방연옥 씨는 “상담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결국 국민이 검찰에 가장 궁금해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방 씨가 소개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내 사건을 어느 검사가 맡고 있느냐. 어떤 처분이 내려졌느냐”는 것. 방 씨는 상담실 컴퓨터의 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즉시 확인해 준다.

최근에 자주 받은 문의는 40, 50대 중년 아주머니들의 ‘아들 걱정’이라고 한다.

“작은아들이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주먹다툼에 휘말렸다가 ‘기소유예 처분’이라는 걸 받아왔어요. 혹시 전과자가 되는 건 아닌가요.”

방 씨는 “기소유예 처분은 죄는 지었지만 처벌할 정도는 아니어서 용서해 주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많은 질문은 벌금 납부 방법에 관한 것. 직접 관할 검찰청에 들러 ‘집행과’라는 곳에 벌금을 내는 ‘직접 납부’ 외에 두 가지 방법이 더 있다. 법원에서 벌금 판결문을 받은 뒤 바로 벌금을 내려면 우체국에 들러 벌금 금액을 내고 ‘통상환’(돈 대신 우편 발송용으로 쓰이는 증서)을 산다.

통상환을 자신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을 적은 종이와 함께 편지 봉투에 넣어 관할 검찰청 ‘집행과 벌금담당자’ 앞으로 보내면 된다.

집행과에서는 다시 우편으로 영수증을 보내 준다. 법원 판결 뒤 바로 벌금을 내지 않고 한 달 정도 지나면 관할 검찰청에서 지로 용지를 보내 준다. 이 용지를 가지고 은행에 벌금을 내면 된다.

세 번째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거나 검찰의 처분을 받은 사람들이 묻는 ‘여권 발급’ 절차다. 검찰청에서 출국해도 된다는 증서 등을 뗀 뒤 관할 경찰청에 제출하고 관할 구청에서 여권을 신청하면 된다. 사건과 관련한 기록 열람·등사(복사) 신청 절차에 대한 문의도 최근 들어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간단한 상담이나 민원은 방 씨 같은 상담원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안내해 준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민원상담센터 02-530-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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