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여송]직업교육은 전문대 몫으로 남겨 두자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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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정부는 전문대에 “4년제 대학의 축소판 형태로 운영하지 말고 독자적인 직업교육 영역을 개척해 특성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전문대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신종 학과를 개발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다. 예를 들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애완동물 안경광학 치기공 피부미용 헤어디자인 방사선 물리치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4년제 대학들은 전문대가 힘들게 독자적으로 개발한 ‘효자 학과’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대로 모방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38개 대학에서 33개 학과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29일 발표된 대학특성화 추진 방안에 따라 일부 연구중심 대학을 제외한 137개 대학이 교육중심 특성화 대학으로 전환할 경우 전문대는 더욱 설 땅을 잃어 갈 것이다.

이미 사회(평생)교육원을 통해 전문대 과정을 운영하며 실리를 챙기고 있는 4년제 대학이 직업교육까지 내놓고 한다면 그야말로 학문연구기능 평생학습기능 직업교육기능 등 고등교육의 전 분야를 독식하게 되는 것으로, 힘 있는 재벌기업이 중소기업을 무차별 잠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문대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간호·보건계를 중심으로 한 전문대 고유 영역의 학과 덕분이었는데 새로 개발된 학과들마저 4년제 대학이 모방하고 있다. 또한 4년제 대학도 학문 연구와 교수라는 본래 목적을 망각하고 직업교육 관련 학과를 백화점식으로 운영한다면 결국 개성을 잃고 국제 경쟁력도 잃고 말 것이다.

고등교육 단계에서 직업교육은 일반적인 대학(University)과는 구분된 직업중심대학(Non-University)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세계적인 추세이다. 핀란드의 ‘폴리테크니크(Polytechnic)’, 영국의 ‘FE(Further Education)칼리지’, 캐나다의 ‘유니버시티 칼리지(University College)’ 등 다양한 이름과 유형의 교육기관이 지식기반사회에서 요구하는 변화된 직업교육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의학 약학 수의학 등은 대학에서, 방사선과 피부미용과 애완동물과 안경광학과 등은 직업중심대학에서 구분해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이 혁신되기 위해서는 학술중심교육과 직업중심교육을 뚜렷이 구분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윤여송 인덕대 교수·토목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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