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새만금 계속 추진”…“환경 못지않게 개발이익도 중요”

  • 입력 2005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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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새만금 간척사업 면허를 취소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함에 따라 지지부진하던 간척사업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농림부는 내년부터 물막이 공사가 끝나지 않은 구간에 방조제를 쌓고 그 위에 도로와 조경시설을 만드는 작업을 하겠다고 21일 밝혔다.

방조제 건설은 2007년 말 마무리되고 2008년에는 간척지 조성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 “환경문제 해결 가능”

서울고법은 주요 쟁점인 △수질문제 △농지조성 필요성 △갯벌의 가치 △해양환경 변화 △경제성 등과 관련한 정부의 주장이 환경단체 주장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1999∼2001년 민관 공동조사단이 수질을 분석한 결과를 참조해 목표 수질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1심에서 재판부는 환경 및 경제적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부작용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환경과 개발은 모두 인간 복지를 위한 것으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만큼 한 쪽을 위해 다른 한 쪽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환경 파괴’라며 개발사업 중단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개발의 필요성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판단한 셈.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토지를 농지 이외 용도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 대체 농지가 필요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정부 측 주장을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 2008년부터 간척지 조성

새만금 사업은 바닷물을 막는 방조제 건립과 간척지 조성 등 2가지 공사로 나뉜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는 방조제 공사로 전체 공정의 92%가 진행됐다. 전북 부안군과 군산시를 잇는 33km 구간 중 신시도 인근 1.1km와 가력도 인근 1.6km 구간만 남아 있다.

농림부는 우선 올해 말까지 신시도 인근에 배수갑문을 만들기로 했다.

내년 3월 24일∼4월 24일에는 방조제 미완공 구간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을 막는 공사가 진행된다. 방조제 때문에 바닷물이 사업지 내부로 들어오는 속도가 초속 5m 정도로 빨라진 상태여서 유속이 연중 가장 느린 3, 4월을 놓치면 공사하기 어렵기 때문.

이어 2007년 말까지 방조제를 쌓고 방조제 위에 도로를 만드는 공사를 한다.

2008년부터는 간척지 조성 공사가 시작된다. 이 공사는 이후 10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만경강 일대 담수호의 수질을 개선하고 환경을 고려하다 보면 당초 공사 시한이었던 2011년까지 끝내긴 어렵다는 게 농림부의 설명.

○ 간척지 용도는 미정

간척지 활용 방안과 관련해 정부와 전북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농림부는 간척지 조성 목적이 우량 농지 확보인 만큼 지금 단계에선 다른 용도로 전용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간척지의 일부를 생태공원, 철새도래지, 자연학습장 등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활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공식 입장과 달리 농림부는 국토연구원에 간척지 이용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김달중(金達重) 농림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은 “내년 6월경 나올 용역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 용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지 아닌 다른 용도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박승우(朴承禹) 교수도 “간척지 조성 후 염분이 빠지기 전인 6, 7년 동안은 농지로 사용하고, 이후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공단 등 여러 용도로 활용하는 2단계 구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북도는 더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동진강 주변 간척지 2000만 평에 골프장과 각종 레저시설을 만들어 이 지역을 국제관광도시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 또 방조제 건립 후 생기는 인공호수 주변 간척지를 위락단지로 개발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리라는 의견도 있다.

○ 대법원 판결 신속히 내려질 듯

환경단체인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 장지영(張志英) 정책기획부장은 이날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서울고법은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 공사 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한 바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편.

환경단체는 또 올해 7월 이번 소송과 같은 내용의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원고 61명 중 8명이 이번 소송 당사자와 겹친다.

농어촌연구원 임종완(林鍾完) 새만금연구실장은 “배수갑문을 통해 해수를 유통시키는 등 공사를 진행하면서 환경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 만큼 소모적인 법정 공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1, 2심보다 신속하게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법 적용의 타당성 여부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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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부른 전북도 “논란 이젠 끝내야”

격앙된 환경단체 “판결 인정 못한다”

새만금 항소심 판결에서 환경단체가 패소하자 21일 오후 전북도청은 잔치 분위기였다. 만세 소리가 이어지고 농악이 울려 퍼졌다.

강현욱(姜賢旭) 전북지사는 도청 로비에서 간부들과 TV를 지켜보다 재판부가 새만금 사업 재개 판정을 내리자 환호성을 질렀다.

강 지사는 “15년 동안 이어진 사업 논란은 이제 종식돼야 한다”며 “국토 확장과 용수확보 등 사업의 취지를 인정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3, 4월 중 막지 않은 2.7km 구간의 끝물막이 공사를 마치고 12월까지 내부 개발 방향을 수립해 사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이날 세계에서 가장 긴 33km의 방조제와 연계해 방조제가 지나는 고군산군도의 신시도 지역에 세계 최고 높이의 타워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내년 7월 중 의원 입법으로 새만금 종합개발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하고 내부 조성토지의 상당 부분을 대규모의 첨단 농업, 가공 유통단지로 조성키로 했다.

새만금완공 전북도민총연대는 성명을 통해 “새만금 사업을 지키기 위해 200만 명 서명운동과 기초석 모으기 등을 펼친 도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전북애향운동본부는 “도민이 염원한 새만금 사업이 이제야 탄력을 받게 됐다”고 환영했다. 전북도는 22일 도청 대강당에서 도민화합 축제행사를 열기로 했다.

반면 새만금 사업에 반대해 원고로 참여한 전북환경운동연합의 김진태 사무처장은 “환경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재판 결과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재판부가 시대착오적인 판결을 내렸다”면서 “어느 누구도 새만금 간척지가 농지로 이용되리라고 믿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상고심을 통해 새만금 사업의 사기성을 반드시 입증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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