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확대 明과 暗]1995년이후 형사사건 통계분석

입력 2005-11-18 03:01수정 2009-09-3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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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은 최근 동국대 강정구(姜禎求·사회학) 교수와 두산그룹 박용성(朴容晟) 전 회장 일가에 대한 불구속 수사와 관련해 “불구속 수사 원칙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며 “대신 피고인이 재판에서 충분한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황희철(黃希哲) 서울중앙지검 1차장도 박 전 회장 불구속에 대해 비난여론이 일자 “재판에서 중형이 선고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천 장관 등의 발언은 불구속 수사 및 재판 원칙의 본래 취지를 잘 설명한다. 이는 범죄자를 무조건 풀어 주자는 것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피의자 피고인의 신병을 자유롭게 해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되 △일정 기준 이상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실형을 선고해 형사사법의 정의를 세우는 것이다.

그러면 현실은 어떨까. 결론은 원칙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구속 및 실형선고 실태는 불구속 수사 원칙의 한쪽 면만 강조되어 왔음을 보여 준다.》

본보가 대법원 사법연감과 대검찰청의 각종 수사 및 범죄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1995∼2004년) 불구속 수사 비율은 급증한 반면 실형 선고 비율은 줄어들고 범죄율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편으로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재판의 확대로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충실해졌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검찰의 구속과 법원의 실형 선고를 모두 피하는 범죄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의미하기도 해 범죄에 대한 사회적 대처가 소홀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같은 기간에 범죄율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일방적인 불구속 확대가 범죄율 증가로 이어진 것인지에 대한 분석과 검증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속은 격감=1995∼2004년에 구속 인원과 구속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1995년 전체 형사 입건자 189만6000여 명 가운데 구속자는 13만9000여 명으로 구속 비율은 7.3%였다. 이 비율은 매년 줄어 1995년 4.5%로 떨어졌으며 2004년에는 3.2%로 격감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의 구속 비율은 2.7%로 더 낮아졌다.

이 기간 형사 입건자는 189만6000여 명에서 260만6000여 명으로 약 71만 명(37%) 증가했지만 구속 인원은 13만9000여 명에서 8만2000여 명으로 약 5만7000명(41%)이 줄었다.

검찰이 수사를 마치고 피의자를 기소할 때 구속 상태에서 기소하는 구속기소 비율도 같은 기간 66.5%에서 31.1%로 낮아졌다. 불구속 기소 비율은 반대로 33.5%에서 68.9%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이처럼 피의자나 피고인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일은 크게 늘었지만 법원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하는 비율은 1995년 23.6%에서 2004년 20.5%로 오히려 낮아졌다.

▽실형 선고는 정체 또는 감소=법원 1심 재판의 실형 선고 비율은 10년간 줄었다. 이 비율은 1995년 23.6%에서 1999년 28%로 잠시 늘었으나 다시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20.5%에 그쳤다.

또 구속 기소된 피고인을 제외하고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만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아도 결과는 비슷하다. 불구속 기소 피고인의 실형 선고 비율은 1995년 8.3%에서 지난해 9.5%로 큰 변화가 없었다.

실형 선고 비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판사들 스스로 피고인을 눈앞에 두고 악역을 맡기 싫어하는 풍조가 강하다”고 말했다.

결국 범죄를 저지르고 불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다가 판결에서도 실형 선고를 면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범죄율 40% 가까이 증가=같은 기간 범죄율(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은 1995년 3108건에서 2004년 4283건으로 37.8%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범죄 발생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을 불구속 수사의 확대와 실형 선고의 감소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더욱 정밀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불구속 수사와 재판이 일방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범죄율이 급증하고 있다면 그 상관관계 여부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피의자의 인권과 피해자의 권리가 다 같이 중요하다”며 “범죄에 대해서도 적절한 처벌이 이뤄져야 사법 정의가 완성되는 것인데 이 같은 추세면 절반의 형사사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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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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