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휴대전화까지 국정원 무차별 도청”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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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국정원이 언론사 기자의 휴대전화를 도청한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는 국정원이 언론계 인사나 전현직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도청하면서 사실상 ‘언론 사찰’을 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올 8월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연합뉴스 기자 A 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된 카스(CAS·이동식 감청장비) 사용 신청서를 확보했다.

이 문서는 국정원의 한 부서가 감청 부서인 8국 기술연구단으로부터 카스를 대출받기 위해 제출한 신청서로, 국정원이 2001년 3월 말부터 9일간 A 기자의 휴대전화를 감청하겠다는 취지의 카스 장비 대출 사유가 기재돼 있다.

검찰은 A 기자가 당시 ‘대외비’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도한 경위를 국정원이 확인하기 위해 A 기자를 도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A 기자의 휴대전화 감청을 파악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1년 3월 말 당시 A 기자가 한국의 위성발사 계획과 관련한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한 것이 국정원의 A 기자 도청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이 국가기밀 등 민감한 사안이 보도될 경우 해당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무차별 도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기자에 대한 도청과 관련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카스는 차량에 탑재한 뒤 감청 대상자의 200m 이내 거리에 접근해 휴대전화 통화를 감청하는 장비이다.

한편 검찰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辛建) 씨를 이번 주 초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신 전 원장을 상대로 국정원이 감청 장비를 이용해 주요 인사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불법 감청하는 데 관여했는지와 2002년 3, 4월경 감청 장비를 폐기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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