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국정원이 언론계 인사나 전현직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도청하면서 사실상 ‘언론 사찰’을 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올 8월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연합뉴스 기자 A 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기재된 카스(CAS·이동식 감청장비) 사용 신청서를 확보했다.
이 문서는 국정원의 한 부서가 감청 부서인 8국 기술연구단으로부터 카스를 대출받기 위해 제출한 신청서로, 국정원이 2001년 3월 말부터 9일간 A 기자의 휴대전화를 감청하겠다는 취지의 카스 장비 대출 사유가 기재돼 있다.
검찰은 A 기자가 당시 ‘대외비’에 해당하는 내용을 보도한 경위를 국정원이 확인하기 위해 A 기자를 도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A 기자의 휴대전화 감청을 파악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1년 3월 말 당시 A 기자가 한국의 위성발사 계획과 관련한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한 것이 국정원의 A 기자 도청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이 국가기밀 등 민감한 사안이 보도될 경우 해당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무차별 도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기자에 대한 도청과 관련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카스는 차량에 탑재한 뒤 감청 대상자의 200m 이내 거리에 접근해 휴대전화 통화를 감청하는 장비이다.
한편 검찰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辛建) 씨를 이번 주 초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신 전 원장을 상대로 국정원이 감청 장비를 이용해 주요 인사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불법 감청하는 데 관여했는지와 2002년 3, 4월경 감청 장비를 폐기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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