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상 첫 집단지도체제 검토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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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鄭相明) 검찰총장 내정자가 검찰총장 혼자 모든 중요 사안을 보고 받고 결정하는 ‘1인 체제’에서 벗어나 사상 최초로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총장 1인 체제는 ‘검사 동일체’ 및 ‘상명하복’ 원칙을 토대로 광복 이후 60년간 이어진 검찰의 의사결정과 조직운영 원리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시도가 실현돼 성공할지 주목된다.

▽정 내정자의 구상과 배경=30일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자신의 사법시험 동기(17회)인 임승관(林承寬) 부산고검장을 대검 차장에, 안대희(安大熙) 서울고검장과 이종백(李鍾伯)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 중이다.

정 내정자의 구상은 동기생들이 역할 분담을 해 검찰을 함께 이끌어 가겠다는 취지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미래 청사진 제시 등에 집중하고, 실질적인 수사 지휘와 조직 운영은 대검 차장과 일선 검사장에게 대폭 이양하겠다는 것.

정 내정자는 최근 “대검 차장 등에게 권한을 대폭 넘겨 결정권을 주고, 총장은 사후 보고를 받으며 최종 책임만 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24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검찰 운영을 피라미드식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민주적으로 대화하면서 운영하는 것이 좋은지는 국민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정 내정자의 구상이 실현된다면 사시 17회 동기생들이 검찰의 핵심 포스트를 모두 차지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안 서울고검장 등 동기생들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렵다.

검찰 내부에선 지나치게 17회 위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고, 김종빈(金鍾彬) 전 검찰총장도 재임 시절 일선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고 했지만 두드러진 변화는 없었다는 점에서 회의론도 적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명분이야 좋지만 검찰총장의 권한이란 게 말처럼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반면 한 중견 검사는 “동기가 총장이 됐다고 사퇴하는 관행을 깰 때가 됐다”고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安고검장 “용퇴하려니 혼자몸 아니라…”▼

안대희(사진) 서울고검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2003∼2004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이끌어 팬클럽까지 생겼던 안 고검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일부 후배들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동기생이 검찰총장이 된 마당에 깨끗이 용퇴하는 게 ‘모양’이 좋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후배는 검찰 조직의 안정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유지를 위해 잔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안 고검장의 팬클럽인 ‘국민의 검찰 팬클럽’에도 “용퇴해선 안 된다”는 글이 더 많이 올라 있다.

안 고검장은 30일 거취 문제와 관련해 “계속 고민 중”이라며 “혼자 몸이 아니다”고 말해 주변의 만류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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