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실내공기…오염기준치 얼마나 넘고 있나

  • 입력 2005년 10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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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하는 주부 한모(35) 씨는 최근 네 살짜리 아들이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해 놀이방을 찾아가 봤다. 문을 여는 순간 시큼한 냄새에 코를 막지 않을 수 없었다. 소아과 병원 의사는 아이의 두통이 실내 공기 오염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고, 한 씨와 의사의 이러한 의심은 사실로 확인됐다.

3일 본보가 입수한 한국실내환경학회에 발표될 논문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어린이 놀이방, 유치원, 각급 학교, 사무실, 자동차 내부, 아파트 등 갓 태어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이용하는 각종 시설의 실내 환경 오염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각 대학 교수진 및 연구소가 분야별로 주제를 나누어 조사한 것으로 총 61편의 보고서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내용은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규모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고려대 병설 보건대 환경보건연구센터 손종렬 교수팀이 수도권의 산후조리원 3곳을 선정해 실내 공기를 측정한 결과 부유세균의 농도가 기준치의 1.6배인 m³당 평균 1242CFU로 나타났다.

서울의 신축 어린이 놀이방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도 기준치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양원호(梁原豪) 교수팀이 리모델링을 마친 중학교 교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독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농도가 0.21ppm 검출돼 기준치보다 2배나 높게 측정됐다.

또 한양대 의대 김윤신(金潤信) 교수팀이 올해 6월 말 서울 및 수도권의 사무소 39곳에서 실시한 공기 오염조사에서 조사 대상 직장인들은 미세먼지 농도 기준 초과에 따른 증상인 두통, 안구(眼球) 염증 및 건조, 피로, 나른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출고된 지 2주일 된 새 자동차에서는 환경부의 실내 공기 기준치보다 무려 115배나 많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돼 ‘새 차 증후군’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가족 단위로 즐겨 이용하는 찜질방 3곳에서도 기준치보다 3.8배나 많은 부유세균이 검출됐다. 부유세균은 피부염, 구토, 두통 등의 병원균으로 특히 저항력이 약한 어린이, 노약자, 환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새로 입주하기 시작한 강원 춘천시의 아파트에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가 m³당 3358.5μg으로 기준치의 6.7배나 검출됐다.

양원호 교수는 “공공시설의 실내 공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고 위반 시설에 대한 더욱 엄격한 규제와 지도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휘발성유기화합물이란 톨루엔 벤젠 자일렌 등 피부 및 호흡기 질환, 두통, 암 등을 일으키는 휘발성화학물질의 총칭. 이른바 ‘새집증후군’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코와 목을 자극하고 호흡 곤란 등을 유발하는 강력한 유해 물질. 국제암연구센터에서는 유력한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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