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국립대에 4년간 1249억 ‘당근’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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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구조개혁 방안

교육인적자원부가 28일 발표한 국립대 통폐합 및 특성화를 위한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은 대학별로 ‘뼈와 살’을 깎아내는 희생을 무릅쓰고 이뤄낸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일부 대학이 입학 정원은 물론 총장 직위까지 포기하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현재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한 다른 대학에도 적잖은 자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립대 통폐합은 지난해 공주대-천안공대를 포함해 이번까지 모두 5건에 불과해 ‘국립대 15개를 없애겠다’는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역산업과 연계 특성화=국립대 통폐합은 지역산업과 연계한 캠퍼스별 특성화를 추진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부산대의 경우 부산캠퍼스는 대학원 중심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기초학문 및 기초과학을 집중 육성하고 양산캠퍼스는 의학, 간호, 실버생명분야 및 지역혁신 산업분야 중심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전남대는 광주캠퍼스를 광산업, 정보기술(IT), 수송기계, 생명공학기술(BT) 등의 중심 대학으로 키우고 여수캠퍼스는 수산해양, 문화관광과 물류 분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통폐합 추진 대학 집중 지원=국립대 통폐합 추진을 위해 8개 대학에 올해부터 2008년까지 4년간 모두 1249억 원이 지원된다.

대학별로는 전남대-여수대 309억7000만 원, 강원대-삼척대 259억5000만 원, 부산대-밀양대 290억3000만 원, 공주대-천안공대 219억900만 원, 충주대-청주과학대 169억6000만 원 등이다.

또 특성화를 위한 구조개혁 지원사업 예산은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인하대 이화여대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등 8개 수도권 대학에 올해 250억 원 등 4년간 750억 원이 지원된다.

교육부는 2006년 이후 지원금액은 철저한 중간평가를 통해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사립대 통폐합도 같은 혜택=국립대 통폐합이 성사됨에 따라 사립대의 같은 재단 내 일반대학과 전문대 통폐합도 추진력을 얻고 있다.

2005학년도에만 가천의과대와 가천길대, 고려대와 고려대병설보건대, 삼육대와 삼육의명대 등 3건의 통합 신청이 교육부에 접수됐다.

이들 대학의 통폐합이 확정될 경우 총 2592명의 입학 정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 밖에 연암공업대와 천안연암대도 2007년을 목표로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졸업장은 통합대학 이름으로=4년제 대학과 전문대가 합치는 충주대와 청주과학대의 경우 이미 전문대로 입학한 청주과학대 재학생은 전문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하게 된다.

4년제 대학끼리 통합한 경우에도 졸업 시에는 입학 당시의 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이 원칙. 하지만 교육부는 국립학교 설치령을 개정해 통합 대학의 이름으로 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여수대 재학생도 전남대 명의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망과 한계=교육부는 이번 지원사업으로 다른 국립대 통폐합은 물론 사립대 구조개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없어지는 국립대 수가 당초 계획에 못 미친 데다 지방대의 정원 감축분은 신입생 모집난에 따라 채우지 못할 인원을 줄인 데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통폐합이 확정 단계에 있는 대학 중에는 아직 내부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예산만 들이고 통폐합에 실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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