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그곳에 가면/화평동 냉면골목

  • 입력 2005년 6월 8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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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냉면이 생각나는 요즘 인천 동구 ‘화평동 냉면 골목’(동구 화평동 288일대)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인전철 동인천역에서 북쪽으로 100m 떨어진 화평철교를 지나 왼쪽 길로 접어들면 냉면 간판이 다닥다닥 붙은 골목이 나온다. 이 곳이 평양, 함흥냉면과 어깨를 견주며 ‘인천 냉면’의 맥을 잇고 있는 화평동 냉면 골목이다.

초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요즘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 주는 냉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한 애호가들이 북적거린다.

화평동 냉면은 여러 가지로 사람을 놀라게 한다. 한 끼 정도는 굶고 가야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많다.

2L의 육수를 그릇에 붓고도 넘치지 않을 정도로 그릇이 크다. 냉면 그릇의 지름이 무려 27cm에 달한다. 일반 냉면집 그릇의 2배 크기로 면과 육수를 담은 그릇의 무게가 1.8kg이 넘는다.

가격은 물냉면 3500원, 비빔냉면 3500원으로 저렴하다. 냉면집 주인들은 지난해 격론 끝에 물냉면 가격만 500원 올렸다.

양이 많고 값이 싸다고 해 맛이 뒤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시원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얼큰한 육수와 면발은 함흥냉면 맛과 비슷하다.

소 양지와 양파 마늘 무 고추씨 등 다양한 야채를 끊인 뒤 냉동실에서 10시간 이상 숙성시켜 맛을 낸다.

6일 가족과 함께 이 곳을 찾은 주부 김경숙(36·인천 남동구 만수동) 씨는 “여고 시절 친구들과 함께 자주 찾던 추억이 생각나 요즘도 즐겨 찾고 있다”며 “변함없는 양을 볼 때마다 푸짐한 성찬을 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평동 냉면골목이 형성된 시점은 20여 년 전. 80년대 초 인근 화수시장에서 3,4평 남짓한 소규모 냉면집을 운영했던 상인들이 이곳에 하나 둘 개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냉면 골목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한때 23곳에 달하던 냉면집은 인천역∼주안역간의 경인전철 복복선 확장공사로 헐리면서

현재 13곳만 남아있다. 이 곳을 떠난 상인들은 다른 동네에서 화평동이란 이름을 걸기도 했다.

20년 넘게 냉면을 팔아온 김중훈(62·삼미 소문난냉면 주인) 씨는 “작업복을 입은 항만근로자들이 덕담을 나누며 냉면을 즐기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벌써 20여 년이 지났다”고 마음만은 따뜻했던 당시를 회고했다.

화평동 냉면의 원조격인 인천냉면의 역사는 인천 개항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평안도 황해도 출신이 많았던 탓에 이들 지방의 대표 음식중 하나인 냉면이 자연스럽게 인천에 소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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