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재산따라 벌금액수 차등 검토 필요”

  • 입력 2005년 3월 22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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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은 최근 브로커에게 사건 소개료 명목으로 2억4000만 원을 준 혐의로 기소된 김모 변호사에게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지난달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안모 변호사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안 변호사와 공범 관계인 다른 피고인들에게는 대부분 징역형이 선고됐다.

변호사법 5조는 ‘금고(禁錮) 이상의 형(징역 포함)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기간이 경과한 뒤 2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변호사 자격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화 김승연(金升淵) 회장은 서청원(徐淸源)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0억 원을 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벌금 3000만 원으로 깎였다. 보험업법 13조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보험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위의 두 변호사와 김 회장에게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은 ‘직업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벌금형은 ‘사형’을 면하게 해 주는 것으로 단순한 벌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벌금형은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처벌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서민에게는 벌금 70만 원도 큰 액수지만 수십억, 수백억 원대의 재산가에게는 수천만 원의 벌금도 ‘솜방망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핀란드와 스웨덴, 포르투갈 등에서는 법을 위반한 사람의 재산 상태를 고려해 벌금액을 다르게 부과하는 ‘일수(日數)벌금제(Daily Fines System)’를 시행하고 있다.

경희대 서보학(徐輔鶴·형사법) 교수는 “현행 형벌체계는 ‘벌금 1000만 원 이하’라는 식으로 벌금 총액이 규정돼 있어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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