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보험금 돌려받자"

  • 입력 2005년 3월 21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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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 살고 있는 박 모 씨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일제시대에 가입한 보험 증권을 최근 보험소비자연맹(보소연)에 보내왔다. 박 씨의 할아버지는 당시 조선총독부 산하 체신국이 판매한 종신보험 2건과 소아보험(어린이 보험) 1건을 가입했다.

월 보험료가 각각 1원인 종신보험은 사망 시 207원(할아버지)과 193원(할머니)을, 월 보험료가 50전인 소아보험은 20세가 되면 76원을 타도록 돼 있었지만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보소연은 "일제시대에 가입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보소연의 조연행(趙連行) 사무국장은 "해방 이후 일본 생명보험협회가 미군정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일제시대에 조선인이 가입한 보험은 모두 99만6000여 건으로 계약 보험금이 총 2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조선총독부 산하 체신국이 판매한 상품이며, 조선에 지부를 둔 일본 보험회사들의 상품도 있었다. 당시 판매된 보험은 월 1원의 보험료를 내면 사망 시 200~300원을 주는 종신보험이 많았다.

조 사무국장은 "한 가구에서 10여 건씩 가입한 사례도 있다"며 "일제가 전비 마련을 위해 반강제적으로 가입을 종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률, 정치, 외교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실제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한생명 경제연구실의 윤성원(尹晟源) 부장은 "1990년대 초 일부 계약자의 후손들이 일본 외무성과 우정성에 민원을 냈지만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외무성은 "1965년 체결된 한일 협정에 의하면 구 조선총독부 보험에 대한 지불 청구를 일본 외무성에 할 수 없다"고 답했고, 우정성은 "(해당 보험은) 조선총독부 체신부의 보험이지 일본 우정성의 보험이 아니므로 지불 책임이 없다"고 회신했다는 것.

윤 부장의 증조부도 1925년부터 1941년 사이에 총 10건의 보험에 가입했다.

보소연의 조 사무국장은 "자료가 분실된 경우가 많은데다, 일본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 소멸시효 문제, 한국 정부의 책임 문제, 조선총독부 체신부와 현 우정사업본부의 승계문제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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