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헌재재판관 퇴임사서 정치권에 쓴소리

  • 입력 2005년 3월 11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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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金榮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11일 퇴임사에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등에 공공연히 불만을 표시해온 정치권을 겨냥해 “이들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사람들인지 대단히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재판관은 이날 헌재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재 결정에 대해 ‘헌재가 판결이 아닌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하는 등 폄훼하는 의견이 많은데 나는 이에 대해 동의할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헌재가 내린 중요한 결정들을 폄훼하는 지각없는 행위를 한 사람들이 진정 나라를 위하고, 헌법을 수호하며, 국민의 의지를 대변하는 사람들인지 대단히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를 골자로 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추진 중인 헌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재판관은 “법의 고유 의미를 찾고 헌법정신을 해석하는 작업은 오랜 세월 법을 해석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며 흔들림 없이 헌법정신을 찾아온 법률가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 재판관이 정치적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정치적 감각은 헌법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범위를 넘어 헌재가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감각이 어느 정치적 행태의 뒷받침으로 작용한다면 이는 헌정 질서가 이완되는 결과로 이어질 뿐 아니라 결국엔 그 부담이 부메랑처럼 헌재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재판관은 마지막으로 “우리도 우리가 내린 결정에 대해 국민에게 유연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미더운 동료 재판관들이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공현(李恭炫) 신임 헌재 재판관 내정자는 14일 부임할 예정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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