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 없애야 ‘세계적 대학’ 가능하다

  • 입력 2005년 3월 9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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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취임 후 첫 브리핑을 갖고 연구중심대학 15곳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 물론 지식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중심대학도 절실하고 100% 취업을 위한 특성화대학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개혁이 왜 부진한지에 대한 본질의 천착이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정부의 대학개혁 강조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대학도 절박한 위기의식을 숨기지 않고 있다. 답답한 것은 구호만 요란할 뿐 개혁에 진전이 없다는 사실이다. 근본 원인은 정부가 대학에 대한 규제를 풀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측면에선 규제를 더 강화해 온 데 있다고 우리는 본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학들은 각종 규제에 묶여 자발적 개혁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국 46개 국·공립대에는 교육부 관료 500여 명이 배치돼 학교행정을 주도한다. 정부는 이들 대학에 ‘권장사항’이라고 포장한 요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대학 운영자들이 이런 권장을 지시나 규제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 있는 것도 뿌리 깊은 관료적 구조에 기인한다.

국·공립대 예산은 법령대로만 집행하도록 돼 있어 급변하는 시대흐름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총장에게 전권이 부여되지 않아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할 주체도 불분명하다. 사립대는 여권(與圈)이 4대 입법 중 하나로 꼽는 사립학교법이 개정될 경우 대학 내부의 권한이 분산돼 강력한 리더십에 의한 개혁은 더욱 멀어진다. 또 정부가 구태의연한 ‘3불(不)정책’을 고수하는 한 ‘원하는 학생을 뽑아 가르칠’ 대학의 권리는 사실상 없다.

손발 묶인 대학들에 아무리 ‘연구중심’을 주문하고 개혁을 요구해도 구체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 말대로 대학도 산업일 수밖에 없는 시대라면 규제부터 과감하게 푸는 게 대학 경쟁력 강화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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