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도형]국사교육이 3·1정신이다

  • 입력 2005년 2월 28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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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1절에는 여느 해보다 많은 생각이 든다. 일제 하에서 항일 민족운동을 했던 사회주의 인사들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해 우리 사회의 높아진 역사인식을 보였다는 다행스러운 생각과, 이와 반대로 또다시 터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끊이지 않는 역사 왜곡에 비해 우리의 역사, 국사 교육의 현실이 너무 미흡하다는 착잡한 느낌이 동시에 들기 때문이다.

일본의 망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4월 초에 있을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 공개에 따라 재연될 것이 뻔한 한일간 역사 분쟁의 전초전 같아 우리로서는 국사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일본의 교과서 문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연속으로 터지자 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그런데 정작 학교 교육이나 사회 여러 제도 속에서의 역사 교육은 그렇지 못하다. 심지어 최근 보도에 의하면 중앙인사위원회는 그나마 남아 있던 국가고시(행정·외무고시 등)의 국사 과목을 없앤다고 한다.

▼홀대받아 온 우리역사▼

국사가 소홀한 대접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세계화가 주창되고, 국사가 체제 유지를 위한 과목, 이른바 국책과목으로 지목되면서 국사 홀대가 본격화됐다. 물론 기존의 국사 교육이 국가주의 체제에 안주하면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한 점도 있다. 국사학계는 아마도 그런 반성 또는 자격지심 때문에 국사 교육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 민족의 자존까지 위협하는 많은 일이 나타났다. 학계 일각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수탈보다는 근대화의 측면을 강조하고 국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등학교 국사는 수업시간도 줄고 그나마 전근대사만 가르치는 절름발이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국사 과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조차 선택과목이다(작년 선택률은 25% 정도). 세계화의 풍조와는 반대로 세계사 교육은 더욱 열악하다.

민족사학자 박은식 선생은 국사, 국어를 ‘나라의 혼’이라고 했다. 일제에 나라를 잃었지만 국사를 유지하고 있으면 언젠가 나라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였다. 중국과 일본의 패권주의와 역사 왜곡이 심각한 오늘날 이 말이 더욱 절실하다. 이에 역사, 국사교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한 방안으로 생각나는 몇 가지를 지적해 본다.

먼저, 올바른 역사인식을 정립하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패권주의에 따라 우리도 그런 ‘민족주의’를 강화하면 결국 대결과 긴장 국면만 초래하게 된다. 우리는 좀 더 높은 차원에서 동북아시아 국가들과 동반자적 발전과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역사인식 위에서 그들의 패권주의를 비판해야 할 것이다.

다음, 고등학교 과정에서 이러한 역사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사 과목의 교과 독립이 필요하다. 올바른 역사 인식은 한국사와 세계사의 균형적인 교육 위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근현대사를 필수화해 체계적인 국사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국사(근현대사 포함)가 반드시 필수과목이 되어야 한다.

▼국가고시에 국사시험을▼

끝으로, 국가고시에서도 국사시험을 보아야 한다. 기존의 단순 암기 위주의 객관식 선다형에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에 필요한 역사인식을 가진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국사 시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역사, 국사교육의 정립은 고난의 민족 역정 속에서 민족의 자유와 자주를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우리 선조들의 3·1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작은 일이기도 하다.

김도형 연세대 사학과 교수·한국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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