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포럼 25일 출범…근현대사 교과서 개정운동

  • 입력 2005년 1월 21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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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민족주의와 한물간 수정주의적 시각으로 쓰인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많은 사실의 오류와 왜곡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학생들의 편향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25일 창립하는 교과서포럼(회장 박효종·朴孝鍾 서울대 교수 등) 회원들은 지난해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등 6종의 고교 역사 교과서를 분석한 뒤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 전공 대학 교수들이 중심이 된 교과서포럼은 앞으로 중고교 근현대사 교과서를 집중 분석해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아 나갈 계획이다.

교과서포럼이 25일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갖는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는 전상인(全相仁)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광복과 대한민국 건국 과정’, 신지호(申志鎬) 서강대 겸임교수가 ‘북한 역사 전개과정과 남북관계’, 이대근(李大根)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의 경제발전과 산업화’, 김일영(金一榮)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한국의 정치발전과 민주화’를 각각 발표한다.

발표자들은 6종 교과서 대부분에서 감상적 폐쇄적 민족주의, 냉전 종식 후 크게 약화된 수정주의 역사관, 북한 사정은 북한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내재적 접근법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반한 친북 편향이라는 예고된 결론에 이르고 있다는 것.

전 교수는 “미국과 소련을 양비론으로 취급해 결국 미국에 분단의 책임을 더 전가시켰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한반도에 먼저 진주한 소련은 이미 1945년 9월 스탈린의 지령으로 한반도 분단을 획책했으며, 분단을 구체화한 속도도 북한이 더 빨랐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또 “금성교과서는 모스크바 3국 외무장관회의 결의를 거부한 우익계를 간접 비판하며 신탁통치 무산을 아쉬워하고 있으나, 이는 반탁 여론이 훨씬 높았던 당시의 민심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금성교과서는 북한 청소년에게 교육과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실상과 동떨어진 허구를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수령 전체주의 체제를 미화하면서 부자세습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문제점은 소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와 함께 “김일성은 물론 이승만도 무력정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김일성의 치밀한 전쟁준비는 서술하지 않고 ‘실질적 내전상태’만 강조하며 남침은 단 한 문장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금성교과서는 광복 당시 경제난의 여러 원인을 살피면서 있지도 않은 미군정의 ‘쌀 공출’ 때문에 기아와 경제난이 생긴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금성교과서는 참고자료에서 북한 토지개혁이 ‘무상몰수, 무상분배’로 농민에게 유리했다고 기술하지만, 이는 북한의 토지 소유권이 국가나 협동조합에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중대한 오류”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의 시련을 다룬 장을 분석해보니 민족민주운동사 교재인지, 역사교과서인지 혼동이 갈 정도”라며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갖춰지는 역사는 온데간데없고 운동사 중심으로만 서술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하는 여러 조건에 대한 언급과 외세 틈바구니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던 한미동맹에 대한 언급 역시 없었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교과서 집필자들이 설익은 이념이나 좁은 소견에 사로잡혀 주관적 역사 해석을 교과서에 담아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 근현대사 분야를 국사학계가 독점하는 체제에서 벗어나 여러 분야의 학문에서 다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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