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하철 ‘묻지마 범죄’ 공포

  • 입력 2004년 12월 22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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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강장 내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문 설치, 안전요원 확충 등 안전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는 5호선과 국철의 환승역인 신길역 승강장에만 안전문이 시범 설치돼 있다(왼쪽). 이 밖에 광주 지하철 금남로4가역에도 올 4월 안전문이 설치됐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하철 승강장 내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문 설치, 안전요원 확충 등 안전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는 5호선과 국철의 환승역인 신길역 승강장에만 안전문이 시범 설치돼 있다(왼쪽). 이 밖에 광주 지하철 금남로4가역에도 올 4월 안전문이 설치됐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하철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서울시청으로 출퇴근하는 박유미 씨(24·여)는 승강장에 설 때마다 뒤를 돌아보고 뒷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자리를 피하는 버릇이 생겼다. 혹시나 뒤에서 누가 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

경기 수원시에서 출퇴근하는 박모 씨(50)도 “지하철이 도착할 때 사람이 몰리면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지하철 승강장에서 정신병자나 노숙자가 승객을 떠미는 등 선로 추락사고가 잇따르면서 스크린도어(지하철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에 설치하는 안전벽) 설치를 비롯한 승강장 내 안전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고 빈발=21일 오후 11시경 구로구 구로동 구로역에 진입하던 청량리발 병점행 1호선 전동차가 멈추기 직전 황모 씨(50)가 승강장에 서 있던 김모 씨(21·여) 등 남녀 3명을 선로 위로 밀어 떨어뜨려 이들 3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22일 황 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하철 승강장 내 사고 현황(단위:명)
노선별2003년2004년
(12월 현재)
사망부상사망부상
1∼4호선
(서울지하철공사)
29192010
5∼8호선
(도시철도공사)
231413 13
철도청
(수도권 구간)
36802878
8811361101
자살 및 본인 부주의 사고를 포함한 수치임.
자료:서울지하철공사, 도시철도공사, 철도청

20일 오후 4시 반경에는 용산구 국철1호선 남영역에서 1급 시각장애인 손 모씨(40)가 선로에 추락해 전동차에 치여 인근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올해 들어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전철) 승강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자살 포함)는 사망 61명, 부상 101명에 이른다.

4호선 서울역 구내에 근무하는 한 공익근무요원은 “얼마 전 만취한 승객이 선로에 떨어진 적이 있다”며 “공익요원 2∼4명이 안전지도를 하고 있지만 약 200m나 되는 승강장 전체를 관리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스크린도어 설치 추진 현황=올 초 승강장 내 추락사고 위험에 대한 지적이 높아지자 서울시는 6개 지하철역에 2005년 4월까지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 겨우 사업자가 선정된 단계다. 실제 스크린도어 설치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

서울지하철공사는 최근 한 민간업체와 2006년 6월까지 2호선 을지로입구 을지로3가 강변 삼성 선릉 강남 교대 사당 신도림 영등포구청 합정 이대입구 등 12개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로 했다. 총 제작비는 428억 원.

공사는 또 장기적으로 1∼4호선 역 115곳 전부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계획이다. 5∼8호선을 운행하는 도시철도공사도 내년 말까지 5호선 김포공항역에, 2008년까지 5∼8호선 148개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방침이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1∼4호선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약 3500억 원이 필요해 민간자본은 물론 시와 정부의 지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에서 스크린도어는 5호선과 국철 환승역인 신길역 1곳에 시범 설치돼 있다.

▽안전대책 대안은 없나=스크린도어는 △승객의 추락 및 전동차와의 충돌 방지 △먼지 감소 △냉난방 효율을 높이는 효과 등이 있다. 그러나 1개 역에 설치하는 데 30억 원이나 든다.

서울시 김경철 대중교통개편연구단장은 “스크린도어가 안전성은 뛰어나지만 경제성은 떨어져 인파가 붐비는 주요 환승역에만 설치하는 게 낫다”며 “대신 캐나다처럼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승객이 안전선을 넘으면 경고음이 울리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유래 서울시청역 부역장은 “출퇴근시간대 승강장에 직원 4명과 대한노인회 자원봉사자 4명 등 8명이 안전지도를 맡고 있다”며 “주요 역마다 안전요원과 폐쇄회로(CC)TV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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