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판교신도시 조성-분양계획 세부안 확정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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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아파트는 꼭 한번 넣어 봐야지.” 수도권 주민들 가운데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며 청약통장을 아껴 놓은 사람이 많다. “판교에 당첨되면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과장된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로 판교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01년 12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지 3년, 최초 입주가 시작되는 2007년 12월까지 남은 기간은 3년. 긴 ‘개발 레이스’의 절반을 통과한 판교신도시 개발 현장을 살펴봤다. 아울러 최근 성남시와 한국토지공사가 마련한 판교신도시 조성 세부안을 단독 입수해 소개한다.》

▼개발 현장▼

13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낙생농협 맞은편. 시멘트 덩어리와 목재 등 건축폐기물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한국토지공사가 지난달 30일부터 중장비를 투입해 빈집을 철거하고 있는 현장이다.

철거 현장 주변에는 ‘공가(空家)는 철거할 수 있어도 사람은 철거할 수 없다’는 등의 비장한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판교지역의 세입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가 내건 것들. 대책위는 임대아파트 입주 전까지 임시로 거주할 이주단지를 만들어 달라며 철거 작업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철거된 가옥은 모두 34개 동. 판교신도시 개발지역 안에는 가옥 635개 동과 공장 64개 동, 비닐하우스 963개 동, 축사 등 가건물 2044개 동이 있다. 판교신도시 시행사인 성남시와 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은 내년 봄까지 이들 건축물을 모두 철거할 예정이다.

철거 문제를 제외하곤 현재까지 판교 개발 사업 일정에 차질을 빚을 만한 굵직한 장애물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철거와 함께 착공에 들어갈 판교신도시에선 내년 6월경 국민임대아파트(30년 임대 후 분양) 5000가구 1차 분양을 시작으로 본격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 조성 세부안▼

▽녹지와 하천의 조화=판교신도시의 계획 녹지율은 34%로 성남시 분당(27%)과 고양시 일산(24%)보다 월등히 높다.

최근 마련된 세부안에 따르면 판교 중앙에는 30만 평 규모의 공원(가칭 금토산 공원)이 들어선다. 이는 분당 중앙공원(13만 평)보다 배 이상 큰 규모. 남쪽엔 중앙공원만 한 신촌공원이 자리한다.

하지만 판교의 진짜 ‘대표 공원’은 이 지역의 양대 하천인 금토천(1.25km)과 운중천(6.87km)이 만나는 공간에 조성된다. 이 일대는 5만 평 규모에 녹지와 하천이 어우러져 판교에서 가장 환경친화적 공간으로 꾸며진다.

신도시를 가로지르는 하천 주변에는 둑 대신 갯버들과 갈대, 나무 등을 심어 아파트 단지나 공원에서 하천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대신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하천 폭은 현재보다 2∼3배 넓힌다.

하천 곳곳에는 돌과 통나무로 징검다리가 놓이고 자갈밭과 여울, 웅덩이 등 수생 동식물 서식처가 조성된다. 현재 이 일대 하천에는 떡붕어와 잉어, 메기, 모래무지 등의 어류와 흰뺨검둥오리, 알락할미새, 백로, 해오라기 등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하천에는 모두 33개의 다리가 놓인다. 이 중 7개는 차가 다닐 수 없는 보행교다. 이들 다리는 서울 청계천 복원 구간에 놓일 다리들처럼 각기 다른 형태로 디자인되고 야간 조명이 설치돼 이국적 밤 풍경을 연출한다.

외곽순환고속도로 아래엔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을 조성해 판교 어디서든 쉽게 청계산에 오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첨단과 전통의 조화=신도시 내 도시지원시설 20만여 평에는 벤처단지와 ‘에듀파크(Education Park)’가 들어선다. 에듀파크에는 산학연(産學硏)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정보기술(IT) 대학원과 IT 특성화 고교 등 연구·교육기관과 도서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각종 도시 기반시설에도 최첨단 기술이 도입된다. 판교에선 쓰레기차를 구경할 수 없다. 배출되는 모든 쓰레기가 수송관로를 통해 집하장으로 자동 운반되기 때문이다. 도심 내 신호체계도 교통량에 따라 자동 조정된다.

도심의 경관은 고풍스럽게 꾸밀 계획이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 세워질 방음벽은 고궁의 담처럼 기와 등을 활용해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다. 보행자 전용도로 곳곳에도 궁궐의 대문이 연상되는 구조물이 들어서고 가로등 등 도시 편의시설 역시 최대한 ‘예스러움’을 느끼도록 할 계획이다.

판교 신도시의 인구밀도는 ha당 96명. 분당신도시(ha당 198명)의 절반 수준이다. 용적률은 현재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조율 중이지만 150%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통 여건=판교는 서울 강남에서 가장 가까운 신도시다. 지하철 신분당선을 이용할 경우 강남역(서울지하철 2호선)까지 1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개발이익 1조 원이 투입되는 영덕∼양재 고속화도로와 신분당선 등 광역교통망이 건설되면 판교는 강남의 ‘대체’ 신도시가 아닌 강남의 ‘확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아진다.

그러나 광역교통망 건설 사업이 모두 민간자본으로 추진되다 보니 당초 계획보다 사업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고속화도로와 신분당선은 각각 2006년 말과 2008년 말 개통 예정이었지만 완공이 2년가량 지연될 것으로 보여 입주 초기 교통난이 우려된다.

게다가 비록 판교신도시 자체는 보존녹지로 둘러싸여 있지만, 주변에 분당신도시, 용인시 수지, 죽전 등 아파트 군(群)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판교신도시 입주 이후 수도권 남부 지역의 교통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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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공동주택 성남시민에게 1만 80가구 우선 공급▼


판교신도시 아파트의 평형대별 분양 가구 수가 최근 확정됐다.

판교에는 모두 2만9700가구가 들어선다. 이 중 단독주택 2726가구를 제외하면 공동주택은 2만6974가구다.

▽분양 계획=아파트 평형별 가구 수는 △소형(18평 이하) 9500가구(국민임대아파트 6000가구 포함) △중소형(18∼25.7평) 1만100가구 △중대형(25.7∼40.8평) 5100가구 △대형(40.8평 초과) 2274가구 등이다.

이 중 30%는 성남시민에게 우선 분양된다. 특히 국민임대아파트 입주는 성남시민에게 100% 우선권이 있어 성남시민의 몫은 공동주택 전체 가구 수의 46%인 1만2292가구에 이른다. 우선 공급에서 탈락하더라도 다시 청약할 수 있기 때문에 성남시민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셈이다.

그러나 성남시민이라고 해서 ‘복권 당첨’이 눈앞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중소형 아파트 가운데 성남시민에게 우선 공급되는 물량은 4080가구(임대아파트 6000가구 제외)다. 반면 성남시의 중소형 아파트 1순위 통장 소유자는 3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경쟁률이 7 대 1이 넘는다.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당첨 확률은 더 낮다. 중대형 공동주택(연립과 주상복합아파트 포함)의 성남시 우선 공급 물량은 2212가구다. 그러나 이들 평형 1순위 통장 소유자는 약 5만9000명으로 경쟁률은 25 대 1에 이른다.

다만 성남시민 가운데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고시일인 2001년 12월 26일 이전에 주소지를 성남으로 이주한 사람만 우선 공급 대상 자격을 갖고 있으므로 실제 경쟁률은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성남시를 제외한 서울 등 수도권 시민의 경우 경쟁률이 200∼300 대 1은 족히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무주택 기간이 5년 이상인 만 35세 이상 무주택 가구주라면 중소형 아파트에 희망을 걸어 볼 만하다. 건교부는 중소형 아파트의 80%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원가연동 분양가=분양가는 중소형 이하 아파트의 경우 원가연동제의 적용을 받아 평당 700만∼800만 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형 평형은 채권 입찰제 도입으로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 수준인 평당 1200만∼1300만 원선으로 예상된다.

한편 건설교통부가 13일 원가연동제의 적용을 받는 아파트의 경우 5년간 팔지 못하도록 결정했으며, 당첨자는 10년간 재당첨을 금지하는 방안 등 각종 투기방지책을 마련하고 있어 ‘묻지마식 투자’는 금물이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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