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추적/‘어민 생활대책용지’ 공급 지연

  • 입력 2004년 11월 24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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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갯벌을 터전으로 생활하던 어민들에게 보상키로 한 송도신도시 내 ‘어민생활대책용지’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 상당수 어민이 용지 소유권인 속칭 ‘조개딱지’를 외지인에게 웃돈을 받고 판 상태에서 용지 배정 방식에 대한 이견이 계속되는 바람에 ‘순수한’ 어민들은 삶의 터전만 빼앗긴채 수년째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

▽투기 수단으로 전락한 어민생활대책용지=인천시는 1997년 송도신도시 개발을 위해 갯벌을 매립하면서 송도(275명), 동막(319명), 척전(459명), 고잔(210명) 어촌계 등 4개 어촌계 어민 1264명에게 송도신도시내 용지 50평씩을 공급키로 약정을 맺었다.

송도 갯벌은 당시 세계 5대 갯벌에 낄 정도로 조개 등 각종 수산물이 많이 나던 곳이어서 용지보상이 없었다면 갯벌 매립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용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조개딱지 중 80% 가량은 이미 어민이 아닌 제3자에게 넘어갔다.

시는 1차에 한해 전매를 허용했지만 2∼5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딱지 가격은 2000년 2000여만원에서 최근에는 2억2000만원 가량까지 뛰었다. 연수구 남구지역에는 딱지 4∼5개씩을 한꺼번에 거래하는 업소가 생겼을 정도다.

▽배정방식을 둘러싼 갈등=어민생활대책용지는 M1(20층 이하 건축가능), M2(10층 이하), M3(7층 이하)로 나눠져 있다. 허용건축 높이에 따라 부동산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추첨방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딱지를 구입한 투자자들은 용지분양계약서 최종 작성을 해야하는 어민들에게 입지 조건이 좋은 땅을 받을 수 있는 배정방식을 포기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당초 올초 무작위 추첨을 통해 용지를 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부 어민은 각자 원하는 필지를 선택한 뒤 경쟁률이 높으면 추첨하는 ‘선호경쟁’ 방식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어촌계별로 용지를 분할 한 뒤 어민에게 나눠주는 어촌계별 토지공급방식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견이 계속되며 용지공급이 늦어지자 일부 어민들은 인천시의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몇몇 어민은 인천경제청을 상대로 인천지법에 ‘토지공급 처분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민 김모씨(72)는 “조개딱지를 둘러싸고 가족간 재산분쟁까지 일어났다”며 “행정당국이 투기꾼들 눈치를 보지 말고 용지를 공급해 달라”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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