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플린 KAIST총장 “교육도 시장원리 안따르면 도태”

  • 입력 2004년 11월 9일 19시 05분


코멘트
로버트 로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사진)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 문제와 관련해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의 원리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밝혔다.

199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로플린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강연회에서 “교육도 시장 동력(動力)에 반응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그는 “한국에서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내가 언급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로플린 총장은 또 “유능한 인재를 이공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교육 구매자인 학부모와 학생의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대의 가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는 것”이라며 “공대의 존립 근거는 기술 훈련보다는 학생에게 기업가 정신, 개척자 정신, 유연성 등을 배양해 주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학생들에게도 이미 이 같은 인성이 충분히 잠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대학의 관리 경영 능력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숨은 자질을 이끌어 내기에 부족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교직원이 교육 구매자인 학부모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정부 공무원을 따라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로플린 총장은 “교육의 실질적 구매자인 학부모의 의견을 귀담아들어야 하며 학생들의 수요를 맞출 수 없는 커리큘럼은 폐지하고 상품을 바꿔야 학생들을 이공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KAIST의 경쟁 상대는 서울대가 아니라 (시장원리에 상대적으로 충실한) 연세대나 고려대 등 사립대”라고 말했다.

KAIST 시설에 대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수준이 낮다”면서도 “빌딩의 질이 좋으면 연구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연구 장비 부족은 큰 문제가 아니며 더 심각한 문제는 특허소유권과 관련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