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가다]제주 국제도시 개발법 시행 2년 4개월

  • 입력 2004년 8월 3일 18시 45분


코멘트
쇼핑몰, 페리 터미널, 수산시장 등이 들어서는 등 ‘관광미항 단지’로 개발될 예정인 제주 서귀포시 일대. 아직은 대략적인 ‘밑그림’만 그려져 있는 상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쇼핑몰, 페리 터미널, 수산시장 등이 들어서는 등 ‘관광미항 단지’로 개발될 예정인 제주 서귀포시 일대. 아직은 대략적인 ‘밑그림’만 그려져 있는 상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제주도가 ‘개발의 파라다이스’로 변신할 수 있을까.

2002년 4월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며 제주도 특별법이 제정된 지 2년여가 지났다. 토지시장은 쏟아지는 ‘개발 청사진’에 힘입어 꾸준히 가격이 상승했고, 늘어나는 관광객 수요를 노린 펜션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좋은 땅 있어요’라며 투자를 유혹하는 ‘기획 부동산’ 업체들도 충청권과 함께 제주 지역을 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중하기를 권한다. 아직 개발계획이 현실화된 사례가 미미하고, ‘개발 불가’ 토지가 의외로 많은 데다, 펜션의 경우 수익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옥석 가리기’ 한창인 펜션=제주 북제주군 애월 해안도로, 횟집과 함께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은 펜션과 펜션 신축 현장이다. ‘민박형’ ‘콘도형’ ‘호텔형’ 등의 이름을 앞에 달고 있지만 다 비슷한 건물이다. 6, 7실 정도의 영세한 규모도 많다.

도청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3, 4년 사이 줄잡아 250여개의 ‘펜션’이 해안지대인 애월과 서귀포 중문 단지 일대를 중심으로 생겨나 ‘펜션 난개발’이란 말이 돌고 있다. 이 중 정식숙박업의 한 형태인 ‘휴양 펜션업’으로 정식 등록한 업소는 15곳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업소들은 대부분 민박 형태로 운영되는 ‘무늬만 펜션’인 경우가 많다.

도청 보건위생과 김은형 사무관은 “저가 공세를 펼치는 민박형 펜션들이 관광호텔 장급여관 등 숙박업소들과 경쟁하면서 서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1실에 방 2개 이상이 있어 가족단위 고객이 쉴 수 있는지,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 해안이나 자연산림과 바로 인접해 있는지 등에 따라 예약률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문 단지 ‘나폴리 펜션’의 김병섭 사장은 “비수기에도 80% 이상의 예약률을 보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성수기에도 30%를 못 채우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토지 투자는 신중해야=토지시장은 제주도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2∼3배가량 가격이 상승한 뒤 현재는 완만한 조정기를 맞고 있다는 게 현지 업체들의 분석이다.

검증이 안 된 변두리 땅은 5만원대, ‘관광, 쇼핑, 공원단지 조성’ 등의 말이 오고간 곳이면 기본이 20만∼30만원대라는 말도 들린다. 이미 만들어진 관광단지인 서귀포시 중문단지나 ‘공항자유무역지역’으로 조성될 계획인 제주공항 인근 지역, 골프장 인근 땅은 곳에 따라 평당 100만원을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개발될 수 있는 땅을 먼저 확인해 봐야 한다. 특히 토지 거래가 활성화된 2000년경부터 ‘지리정보시스템(GIS)’이란 개발 검증장치를 활발히 가동하고 있다. 이는 환경영향 평가를 통해 △지하수 △수목 등 자연경관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해(害)를 입힐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은 막고 자연을 보전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다.

제주도청 국제자유도시과 강만일 사무관은 “제주도는 국내외 어느 곳보다 자연환경보전에 대한 정책 규제가 심하다”며 “토지 투자를 위해서는 이 땅이 개발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발은 아직 기초단계=제주도는 최근 ‘특별자치도(自治道)’ 도입을 추진 중이다. 자치재정권, 입법권 등을 갖게 되는 것이 주 내용으로, 이를 통해 외자유치를 활성화하고 기업들에 더 많은 세제 감면 혜택을 줄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는 게 중론. 특히 외자 유치의 경우 특별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의향’은 많았지만 실적은 전무한 상태.

제주 부동산컨설팅업체 브오카티코리아 김명세 사장은 “기획 부동산 업체들이 최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투자자들 주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개발 계획들을 교묘하게 짜깁기하는 수법으로 평당 3만원짜리 땅을 하루아침에 50만원 이상으로 만들어 팔아 버리는 사례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