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지켜낸 성미산 이젠 아이들의 배움터로”

  • 입력 2004년 6월 11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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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체가 교실이자 운동장인 도심 대안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주민들에 의해 초중고교 과정의 대안학교가 만들어진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망원동 합정동 연남동 서교동 일대 주민들이 서울시의 배수지 건설 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성미산을 2년에 걸친 투쟁 끝에 지켜내 이 산 자락에 세우는 학교다. 교명이 ‘성미산학교’로 정해진 이 학교는 9월 개교된다.

‘성미산학교’는 1994년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시작으로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유기농 반찬가게 ‘동네부엌’, 조합형 자동차 정비업체 ‘차병원’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벌여온 이 지역 주민들의 노력과 단합의 결실이기도 하다.

▽성장을 돕는 교육=‘가까운 곳에 있는,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는 학교를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소망을 품은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2월부터 대안학교를 세울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마을 전체를 캠퍼스로 사용하는, 교사와 학교와 동네의 경계가 없는 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이들은 돈을 모아 성미산 인근에 200평가량의 교사 부지를 확보했다. 9월 개교한 뒤 성미산 인근 2층 단독주택과 건물을 교사로 임시 사용하며 주민들이 벽돌을 날라 교사를 지을 계획이다.

현재 확보된 20여명의 교사 외에도 풍물패, 주민밴드, 요가모임, 통기타연주 동아리, 성미산생태학교 등에 열심인 지역 주민들이 교육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교육과정=‘다시 다니고 싶은 학교’를 지향하는 성미산학교는 프로젝트 수업, 협동학습 등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배울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구성하고 있다.

주창복 성미산교사회 운영위원장(43)은 “높은 점수가 아닌 세상을 제대로 사는 법을 얻는 학생을 기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학제는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중등후기과정 2년으로 짜여 있다. 미인가 학교이기 때문에 학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중등후기과정은 대학 진학이나 진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을 위한 과정이다.

교과목은 언어, 수학, 외국어, 사회읽기, 자연읽기 등 기본 교과 외 표현하기(예술 체육 연극 공예), 생태 및 철학, 여행과 프로젝트 수업 등이 있다.

총 정원은 165명이며 12일 오후 3시 마포구청 대강당에서 입학 설명회를 연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daean.cyworld.com) 참조.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올해 9월 개교하는 성미산학교 예비학생들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미술 작업장에서 여교사(왼쪽에서 세번째)의 지도를 받으며 찰흙을 빚고 있다.-권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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