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콜로키엄…‘脫권위주의 시대’ 한국사회 어디로

  • 입력 2004년 5월 3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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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사회학과(학과장 윤인진 교수)가 4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한국사회 어디로 가나? 권위주의 이후의 권위구조, 그 대안의 모색’을 주제로 콜로키엄을 개최한다.

이번 콜로키엄은 주제의 시의성을 떠나 학계의 화제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다. 1995년 3월 17일 ‘한국에서의 사회운동 연구’를 주제로 시작된 이 학과의 콜로키엄은 학기 중 매월 1∼3회 열려 드디어 100회째를 맞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사회의 핵심 현안을 다루어온 이 콜로키엄의 100회 맞이 특별토론에서 발표자들은 미리 제출한 논문을 통해 2002년 대선과 2004년 4월 총선을 통한 정치세력의 교체로 과거 권위주의시대가 마침내 청산됐다는 데 동의한다. 현재의 시급한 과제는 한국사회의 새로운 ‘권위’를 어떻게 창출할 것이냐는 점.

조대엽 교수(고려대·사회학)는 논문 ‘시민사회와 권위’에서 “이번 4·15 총선을 통해 1987년 이래 시작된 민주화는 종료됐으며, 이는 잔여적 민주화의 과제를 추구해 왔던 권위주의 정치질서의 해체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현 단계 한국시민사회에 대해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주장을 인용해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의 도래”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또 “권위주의적 제도 정치에 대한 ‘저항’으로서 정당화됐던 시민단체 내의 권위주의도 이제 시효 만료됐다”고 주장하며 시민사회의 새로운 권위 형성의 방향으로 하향(下向)소통 질서에서 쌍방향적 소통 질서로의 전환, 전문지식의 확보를 통한 소통의 확산 등을 제시했다.

세대 문제를 다루는 송호근 교수(서울대·사회학)는 논문 ‘세대와 권위’에서 “한국사회 전반에 기존의 ‘위계적 권위’가 붕괴하고 새로운 ‘설득적 권력’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소통과 공유, 인상과 감성, 취향의 생산과 소비, 공존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율세대가 원하는 설득적 권력이 위계적 권력과 충돌하면서 그 기반을 허물고 있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젊은 세대의 도전이 새로운 논리와 체계를 갖추게만 된다면 그들이 확대시켜가는 상징과 정서의 상호교감 역시 사회적 영역을 관할하는 현실권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업 분야를 다루는 박길성(고려대·사회학) 장하성 교수(고려대·경영학)는 공동논문 ‘기업의 지배구조와 시장 권위’에서 “기업의 지배구조가 이해 당사자의 이해를 보호하는 제도라고 할 때 오늘날 기업 이해당사자의 범위는 무한히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두 교수는 “따라서 기업 영역에서의 새로운 권위는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기업의 일차적이며 보편적 책임을 넘어, 사회공동체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02-3290-2070

김형찬기자 khc@donga.com

■ 콜로키엄 이렇게

고려대 사회학과의 ‘콜로키엄’은 10년째 진행되고 있다. 발표될 주제와 발표자는 학기 초에 예고돼 참석자는 물론 청중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콜로키엄(Colloquium)’은 논문 발표 뒤 한두 번의 질의응답으로 끝나는 통상적 학술회의와 달리 토론 중심으로 진행된다. 콜로키엄이란 단어는 원래 라틴어로 ‘함께’를 뜻하는 com과 ‘말하다’를 뜻하는 loqui의 합성에서 온 것. 그만큼 공동토론이 핵심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콜로키엄의 경우 30분 발표 뒤에 2∼3시간에 걸친 격렬한 토론이 이어져왔다. 이 때문에 발표자들을 진땀 빼게 하는 ‘잔인한 토론’으로도 유명하다. 지정 토론자 없이 20∼50명의 참석자 모두가 동등한 자격으로 토론해 관심 있는 타 분야 전공자들의 참여도 높았다.

발표 주제도 학계에서 공인된 주제나 연구방법에 한정되지 않았다.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비교적 실험적인 시도들이 이 콜로키엄을 통해 토론돼 왔으며 학계의 논제로 자리잡아갔다.

그동안 발표됐던 주제는 ‘한국 영화에 나타난 가치관 변동의 문제에 대한 이해사회학적·현상학적 접근’, ‘유교자본주의의 유형과 사회조직’, ‘탈북자 문제에 대한 이론적 접근과 실천적 대응’, ‘네티즌의 갈등구조와 집합행동’, ‘한국 대중음악의 세계화와 여가의 사회학적 의미’ 등으로 다채롭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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