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0교시 폐지-강제야간학습금지’ 이후…

  • 입력 2004년 5월 27일 2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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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과 전교조 대구지부가 합의해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0교시 폐지’와 ‘강제 야간학습 금지’ 등이 일선 학교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0교시 폐지로 인한 효과는 아침밥을 먹지 않던 고교생들이 밥을 챙겨 먹는 경우가 다소 늘어난 것이 전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전교조 대구지부에 따르면 최근 0교시 수업을 폐지한 15일 이후 달라진 학교생활에 대해 대구시내 9개 일반계(인문계)고교의 학생 7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49%가 ‘종전에는 먹지 않던 아침밥을 먹게 됐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의 59%가 ‘등교시간이 늦춰져 잠자는 시간도 다소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 대구지부는 “0교시 폐지로 학생들이 건강권을 되찾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고교생들의 인식은 달랐다.

등교시간이 20∼30분 늦춰진 대신 야간 강제학습이 더 심해져 건강이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북구 K고의 한 학생은 “현재 0교시와 야간 자율학습의 경우 사실상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며 “등교시간이 20분 늦춰진 대신 1교시 수업을 30분 당겨 오전 8시반에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동구 S고의 학생은 “오전 7시50분까지 등교하다 8시10분까지 등교하는 것이 0교시 폐지냐”며 “야간 자율학습도 다시 강제적으로 오후 11시까지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간 자율학습의 문제점은 전교조 대구지부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자율학습이 여전히 타율적’이라고 응답한 학생(전체의 41%) 가운데 42%는 ‘담임선생님이 은근히 강요한다’고 말했다.

또 자율학습이 타율적이라고 답한 학생 중 79%는 ‘학교에서 획일적이고 강제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수성구 M고의 한 학생은 “처음 며칠 동안 야간학습을 하지 않더니 다시 부모 동의서를 강제하면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려고 한다”며 “교육청은 왜 가만히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교육청과 학교는 서로 다른 생각만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0교시와 자율학습에 대해서는 기본방침을 정한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교장들은 “학생들의 요구도 존중해야겠지만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의견도 중요하다”며 “대학진학이라는 현실을 무시한 채 원칙만 강요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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