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22번 염색체 완전해독 韓연구진 주역 박홍석 박사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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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의 염색체를 해독해 사람의 염색체와 비교함으로써 에이즈나 암 같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죠.”

침팬지를 유전체(게놈) 차원에서 연구한 결과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27일자에 발표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박홍석(朴洪石·42) 박사의 말이다.

그가 이끄는 17명의 우리 연구진은 일본 중국 대만 독일의 연구팀과 함께 ‘침팬지 유전체 국제컨소시엄’에 참여해 침팬지 22번 염색체를 완전 해독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한국 연구진이 유전체연구 국제컨소시엄에 국가 단위로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박사의 이력은 남다르다. 전남대 생물학과 출신으로 일본 교토공예섬유대학 대학원에서 응용생명과학을 전공해 1995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적으로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진행되던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박 박사는 한국인으로서 일본측 게놈프로젝트 팀장을 맡았다. 일본으로부터 귀화하라는 권유까지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성과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일본 과학자들과 함께 이름이 실렸지만 이것이 우리나라를 위한 일인가라는 회의가 들더군요.”

박 박사는 일본 이화학연구소 게놈과학종합연구센터에서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던 자리를 걷어차고 10년 만에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한국의 연구 여건은 좋지 못했다. 그는 일본 이화학연구소 게놈과학종합연구센터장 사카키 요시우키 교수의 도움을 받아 2001년 3월 한국측 대표로 ‘침팬지 유전체 국제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침팬지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초기 성과가 네이처와 쌍벽을 이루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되자 박 박사는 생명공학연구원과 과학기술부에서 20억원의 연구비를 받았다. 덕분에 16명의 연구원을 고용하고 작은 규모지만 완벽한 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 국내 최대 유전체 연구시스템을 구축한 셈. 또 컨소시엄 전체 연구비의 8%인 10억원을 감당할 수 있었다.

“유전체 연구 과정은 자동차 조립 과정과 비슷해 누군가가 중간에 실수하면 하루에 1000만원이 날아갈 정도로 협력이 중요하죠.”

우리 연구진은 침팬지 유전체 국제컨소시엄에 참여한 연구팀 가운데 염색체 해독의 정확도가 가장 높았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박 박사는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연구원이 월급 120만∼150만원밖에 못 받는 비정규직이라 아쉽다고 밝혔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홍석 박사는 5개국 8개 연구팀과 공동 연구 끝에 침팬지 22번 염색체를 완전 해독했다.-사진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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