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비정규직 대책]재계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부터”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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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자 재계는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는 정부 발표에 새로운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정책 의지가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재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스러운 분위기다.

▽재계 반응=경제단체들은 정규직의 과(過)보호를 줄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없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할 경우 기업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연구원의 추산을 근거로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5% 수준으로 올리면 추가비용 약 20조6000억원이 들고 기업 투자가 위축돼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약 4조원 감소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는 민간기업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은 정부 발표가 향후 민간부문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면서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이 3000여명(용역사원 포함하면 8000여명)인 삼성그룹측은 “일상적으로 현업부서의 필요에 따라 소규모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책적인 정규직 전환은 기업 부담이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우수 계약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경기 변동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때 인력 조절이 쉽지 않아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이 8000명 이상인 현대자동차측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뀌면 추가비용 부담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이 약 1 대 1인 조선업계도 정부 발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노동계 반응=정부 발표가 이미 시행 중이거나 사용자측과 합의한 내용이라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재탕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3만여명의 정규직 전환은 개별적으로 사용자측과 협의가 된 사항인 만큼 정부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발표 내용이 당초 계획보다 후퇴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정년이 보장돼 있는 환경미화원을 상용직으로 바꾸는 것도 의미가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조속히 비정규직 보호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강훈중 홍보국장은 “환경미화원과 위탁집배원, 직업상담원 등의 정규직화는 단체협상을 통해 작년에 사용자측과 합의한 내용이고 일부는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거나 정부가 예산상의 이유로 시행을 미루는 것”이라며 “정부가 마치 새로운 대책을 내놓은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국장은 “기간제 교사나 학교급식 조리원 등 공공부문의 다른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 방안이 빠져 있다”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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