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단지 ‘북시티’…글이 꽃처럼 피어나리라

  • 입력 2004년 3월 30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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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일산신도시에서 자유로를 타고 10분 정도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오른편으로 심학산이 나타난다. 그 발치쯤에서 신기루처럼 신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이하 ‘출판단지’), 일명 ‘북시티(Bookcity)’라고 불리는 출판 타운이다. 행정구역으로는 파주시 교하읍 문발(文發)리. 글(文)이 꽃처럼 피어날(發) 길지(吉地)라고 북시티에 입주한 출판인들은 말한다. 북시티 사람들은 오는 5월을 “26만평 규모의 북시티 1단계 조성이 마무리 되는 때”로 꼽는다. 1989년 발기인대회 후 15년 만에 한 매듭을 짓는 일이다. 》

북시티에는 2002년 12월 한길사가 처음 이사한 후 3월말까지 35개 출판사가 사옥을 지어 입주했으며 나남 출판사 등의 사옥 건축이 한창 진행 중이다. 박영사의 안종만 사장은 “5월에는 대형 상업공간인 ‘이채(異彩) 쇼핑몰’이 문을 열 계획”이라며 “난타극장, 재즈극장, 건강사우나, 복합영화 상영관 등도 입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에는 이곳 북시티의 핵심기능인 ‘출판물종합유통센터’가 가동된다. 웅진그룹 계열사인 북센(Booxen)이 들어서는 곳이다.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이곳을 찾아가자 연면적 1만5000평의 공간에 2.5km에 이르는 컨베이어 벨트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듯 하다. 북센의 김형태 부장은 “하루 40만권 입고와 40만권 출고가 가능하며, 최대 3300만 권의 책이 보관될 수 있는 아시아 최대의 책 유통 센터”라며 “신간이 들어와 배송지로 갈 때까지의 전 과정이 컴퓨터로 처리된다”고 말했다.

현재 북시티에는 보진재 등 인쇄소와 제책소도 입주해 있다. 모두 160개의 출판사 사옥이 세워질 예정이며, 사옥 일부 층을 빌려 쓰는 출판사까지 합치면 600여개의 출판사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책을 내고 있는 출판사는 약 1500개 정도. 정부는 내년 말까지 입주하는 업체에 대해 입주 후 4년간 소득세 법인세 100% 감면, 그 후 2년간은 50%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북시티 입주 출판인들이 최대 장점으로 꼽는 것은 “출판인들의 자존심을 높일 환경”이라고 김혜경 푸른숲 사장은 말한다. 전문 건축가들이 설계한 사옥들이 즐비한 북시티 한 가운데를 걸어가면 유럽의 문화거리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특히 한강으로 이어지는 갈대 샛강의 생태를 잘 살려냈으며 세심한 조경이 돋보인다. 김성은 창비사 팀장은 “서태지 전지현 등이 이미 뮤직비디오와 CF를 촬영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업무 환경이 달라지니까 입주한 출판사에서 펴내는 책 표지부터 질이 확 높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먼저 도시를 떠난 곳에 터를 잡아 독자들의 사회문화적 주요 관심사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조성 원가 평당 70만원 수준이었던 부지 가격이 현재 300만원 안팎까지 올랐으며 이 같은 차익에 오히려 더 큰 관심을 쏟는 업체들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파주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 이기웅 이사장은 “현재 부지들은 전부 조합 명의로 돼있으며 사옥 건축에 착수하지 않는 조합원은 명의이전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북시티’ 산파 열화당 이기웅 사장▼

“책의 질 높이는게 최고 목적”

열화당 이기웅 사장(64)은 ‘파주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의 이사장이다. 그가 ‘북시티’를 처음 구상한 것은 1987년. 이 이사장은 요즘 17년 만에 맺은 결실에 감격해 있다.

‘북시티’가 제 모양을 갖추기까지 그는 솔선수범했다. 인쇄소 지역의 분진 소음 때문에 근처에 사옥 부지가 주어진 출판사들이 볼멘소리를 하자 원래 열화당에 주어졌던 부지와 맞바꾸기도 했다.

“북시티의 최고 목적은 단 하나, 책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 있는 안중근 흉상은 북시티의 ‘정신적 감리자’이지요.”

현재 북시티의 민원사항인 교통불편에 대해 이 이사장은 “오래잖아 대중교통 편이 열릴 것”이라며 “열화당을 비롯해 여러 출판사들이 멀리서 찾아온 필자 등 손님을 위한 숙식용 원룸을 마련해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출판사마다 직영 북카페를 마련해 일반 관광객들도 맞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봄을 맞은 파주 북시티. 각 출판사의 사옥들이 녹슨 질감의 강철 소재인 코르텡이나 유리 등으로 외장을 해 개성 강한 모습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파주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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