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3중 부정법’ 알쏭달쏭 法조문

  • 입력 2004년 3월 30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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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3월 26일자 29면에는 부분적으로 사실과 다른 기사가 보도됐다.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관한 해설 기사였다. 내용은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60조 1항 4호는 정무직 공무원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대통령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문제의 조항은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며, 따라서 대통령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1차적인 책임은 법조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보도한 취재진에 있으며 독자들께 사과드린다.

그러나 한편으로 법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은 쉬운 내용을 너무 복잡하고 어지럽게 규정하고 있다.

선거법 60조 1항은 본문에서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어 1항 4호에 단서 조항을 둬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공무원은 그렇지 않다’고 규정했다. 이 단서 조항에 따르면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예외를 규정한 단서 조항에 또 다른 ‘예외’를 담은 단서가 있다는 점이다. 4호 단서 조항의 괄호 속에 표시된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외의 정무직 공무원은 제외’라는 또 다른 단서 조항이다.

따라서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이 아닌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의 ‘예외의 예외’가 된다. 결론은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이다.

문제는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지 아니하지 아니하다’는 형식으로 돼 있다는 점. 법조문이 ‘부정의 부정의 부정’이라는 3중 부정법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다.

질의를 받은 대법원의 한 판사는 “도표를 그려 가며 겨우 이 조항을 ‘해독’했다”고 말했다.

법의 수요자인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진 법, 그래서 결과적으로 법의 전문가만이 이해와 해석을 독점하게 하는 법, 이런 비민주적인 법이야 말로 ‘탄핵’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수형 사회1부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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