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영장’ 충돌]검찰권 ‘분산 vs 수호’ 대립

  • 입력 2004년 3월 29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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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강금실 법무부 장관(왼쪽)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강 장관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송광수 검찰총장이 이날 점심시간에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안철민기자
29일 오전 강금실 법무부 장관(왼쪽)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강 장관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송광수 검찰총장이 이날 점심시간에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안철민기자
지난해 ‘검찰 인사’와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과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이 ‘체포영장 청구 사전 보고 누락’ 문제로 다시 한번 충돌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주변에서는 송 총장이 강 장관에게 ‘결별 선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왜 다시 싸우나=강 장관과 송 총장의 갈등이 재연된 직접적인 계기는 26일 검찰이 최열(崔冽)씨 등 촛불집회 주도자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전격 청구하면서 법무부에 사전 보고를 하지 않은 것. 법무부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일부 실무자들이 반대했는데, 송 총장이 체포영장 청구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해 8월 단행된 검사 정기인사에서 처음 표출됐다. 당시 인사는 서울중앙지검의 부장 24명 가운데 9명이 교체되는 중폭 이상이었으나 강 장관이 주도했으며 송 총장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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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검찰 ‘촛불집회 영장’ 갈등 확산

또 강 장관은 검찰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의 뜻을 밝혔으나 송 총장의 반대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

두 사람은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올해 1월에도 검찰 정기인사를 놓고 맞섰다. 강 장관은 송 총장 측근 등을 포함한 검찰 간부들에 대한 대폭 인사를 추진했으며 송 총장은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청와대가 대검의 의견을 받아들여 강 장관에게 인사를 미루도록 했다는 후문.

▽파장과 전망=송 총장의 강경 발언에 대해 법무부는 “유사한 사안의 재발 방지를 위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 이외의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강 장관 본인도 일단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

그러나 이번 사태가 이 정도로 정리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거의 없다. ‘갈등의 본질’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의 중견 검사는 “갈등의 핵심은 ‘지나치게 비대해진 검찰권 분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강 장관과 이에 맞서는 송 총장의 ‘검찰권 수호’ 의지”라고 말했다. 게다가 갈등이 이미 노골적으로 표출돼 버려 이제 각자 제 갈 길을 갈 수밖에 없는 형국.

따라서 이 문제는 법무부나 검찰이 스스로 해결하기는 어려우며 총선 이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등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타율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다시 말해 강 장관이 다시 힘을 얻으면 검찰 개혁이 본격화될 수 있고, 반대로 강 장관이 낙마하면 송 총장을 중심으로 검찰권이 확고해지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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