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모텔 집단자살 인터넷서 만나…e메일 연락 드러나

  • 입력 2004년 3월 2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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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의 B모텔에 투숙했던 20대 남녀 5명이 독극물을 마시고 숨진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남부경찰서는 23일 이들이 각자 인터넷사이트 2개 이상에 가입해 서로 연락해 온 사실을 밝혀내고 정확한 자살경위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숨진 5명 모두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가입했으며 이모씨(29·무직·서울 노원구)와 송모씨(20·여·미용사·서울 광진구)는 동창찾기 사이트에, 박모씨(25·무직·경남 밀양시)와 민모씨(20·무직·광주 북구)는 인터넷 사이트에 서로 중복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모텔에서 발견된 이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20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후 9시15분까지 서로 두세 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숨진 문모씨(20·여·대학 2년·경기 파주시)의 호주머니에서 ‘e메일로 연락드렸던 사람이에요. 구파발, 종로3가, 수원역’이라고 적힌 쪽지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이들이 서로 인터넷 카페나 e메일을 통해 연락을 했던 것으로 보고 이들이 가입한 인터넷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정확한 대화내용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숨진 남자 3명 중 2명이 20일 오후 5시10분경 310호에 먼저 투숙하고 송씨가 21일 정오경 407호에 투숙한 뒤 같은 날 오후 5시경 310호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했으나 나머지 남녀의 투숙 경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경우 군 복무 중 대인기피증으로 의병제대했으며 문씨는 지난해 9월 모 인터넷사이트에 독극물 구입을 문의한 뒤 가출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은 이씨가 모 인터넷사이트에서 독극물을 구입하려다 300만원을 사기 당했다는 내용을 유서에 남김에 따라 이 사이트가 동반자살을 매개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이씨, 송씨, 문씨 유족을 불러 자살동기를 조사했으나 송씨와 이씨가 각각 신경쇠약과 우울증 치료를 받았을 뿐 다른 뚜렷한 자살 동기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숨진 5명의 유족과 친구 등을 상대로 자살동기 및 경위에 대해 조사하는 한편 24일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부검 및 약물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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