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운전자 도로 주차후 잠적 교통체증 해소 ‘발목’

  • 입력 2004년 3월 7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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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고립된 고속도로에서 일부 운전자들의 ‘실종된 양심’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의 이기적인 행동들은 추위, 배고픔과 싸우는 고통을 배로 키운 것은 물론 사태의 조기 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

폭설이 퍼부은 6일 충청지역 경부 및 호남고속도로에 난데없이 열쇠복제기를 든 열쇠업자 20여명이 등장했다. 대형차 운전면허를 가진 경찰관 20여명도 동원됐다.

일부 화물차 운전사들이 정체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도로 한복판에 차량을 세워두고 열쇠로 잠근 채 사라졌기 때문. 이런 차량들로 인해 고속도로의 정체는 중앙분리대가 제거된 후에도 한동안 계속됐다.

한국도로공사 충청지역본부와 고속도로순찰대 제2지구대측은 7일에는 갓길에 화물차를 세워놓고 가버린 운전자들의 인적사항을 추적하느라 분주했다. 갓길에 세워둔 화물차 때문에 교통통제가 해제된 뒤에도 고속도로의 차량 흐름은 더디기만 했다.

또한 구호물품은 일부 여행객들의 비양심적 행동 때문에 골고루 배분되지 않았다.

경기 용인시 기흥읍에서 출발해 대전으로 가다 5일 밤을 고속도로에서 지새웠다는 정영교씨(42)는 “일부 사람들이 구호물품을 여러 번 받는 바람에 나머지 사람들은 구경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가다 역시 5일 밤을 고속도로에서 꼬박 새운 표영난씨(43)는 “헬기가 주변에 모포 2장을 떨어뜨려 주우려 했는데 40대 남자가 뺏다시피 집어갔다”며 “여성이나 아이들을 배려하기는커녕 나눠쓰려는 최소한의 양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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