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교수, 민속문화 8000항목 20년 땀흘려 집대성

  • 입력 2004년 1월 16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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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덕 교수 -변영욱기자
김용덕 교수 -변영욱기자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사전 편찬은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30대 중반에 시작해 20여년 만에 ‘한국민속문화대사전’(전 2권·창솔)을 완성해 낸 김용덕 한양대 교수(55·국문학)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사전은 수정증보가 계속돼야 생명력을 갖는 것인데 누가 그의 뒤를 이어 이 작업을 계속해 나갈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그래도 아직은 50대니까 10∼20년은 보완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5년마다 개정판을 내겠다”고 말했다.

4·6배판 2200쪽 분량의 ‘한국민속문화대사전’은 ‘ㄱ자집’부터 ‘힘발림놀이’까지 민속문화에 관한 약 8000항목을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가 사전 제작에 뛰어든 것은 1980년대 초. ‘일본세시기’라는 일본의 세시풍속사전을 보고는 한국에도 이런 민속사전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수 월급으로 따로 조교를 고용하고 자료를 모아들이느라 집에서 눈총도 많이 받았지요. 고서점 앞에서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 책방 주인이 불쌍하게 여겨 반값에 주기도 했고요.”

그러나 작업은 1980년대 중반에 중단 위기를 맞았다. 교내시위 중 화재가 발생해 연구실에 모아두었던 자료들이 거의 불타버린 것.

“1년 동안 넋을 놓고 다녔더니 동료 교수들이 총장에게 이야기를 했던 모양입니다. 학교에서 500만원을 지원해 주더군요. 당시로서는 큰돈이었지요.”

힘을 얻어 작업을 다시 시작했지만 1990년대 초 첫 출간을 앞두고 또 벽에 부닥쳤다. 사전에 인용했던 책 저자 50여명 중 한 사람이 인용에 동의해 주지 않았던 것. 출판사에서는 사전의 저자로 김 교수의 이름을 명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여 인용 허락을 받아왔고, 이 때문에 1994년 국내 최초의 민속사전인 ‘한국민속대사전’은 저자 이름 없이 어정쩡한 모양새로 발간됐다.

그 후에도 김 교수는 동분서주하며 혼자서 초판 분량의 35% 정도를 수정 보완했고 초판 발간 10년 만인 올해 마침내 자신의 이름이 제대로 쓰인 ‘한국민속문화대사전’을 내놓게 됐다. 김 교수는 “내 책은 소개 안 해도 좋으니 인문학의 기반이 되는 사전 편찬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꼭 강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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