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폭로 내분’ 볼썽사납다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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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나흘째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을 폭로했던 한나라당이 이런 식의 폭로가 과연 국민의 공감을 얻고 있느냐를 놓고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비쳐 국민 불신만 키운다”고 주장하나 다른 의원들은 “근거도 있을 뿐 아니라 실체적 진실 여부는 검찰이나 특검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재오 사무총장이 어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묻어두겠다’면서 폭로전을 당분간 자제할 뜻을 비치기는 했지만 갈등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이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안을 수용할 때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을 감시하고 비리 의혹이 있을 경우 이를 파헤치는 것은 야당 본연의 임무다. 폭로가 단서가 돼 대형 비리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경우도 많다. 95년 박계동 당시 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차명계좌가 드러난 것은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폭로에는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는 정치인 개인은 물론 그가 속한 정당과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이어진다. 오죽하면 ‘폭로 전문가’라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폭로에도 철학과 도덕, 팩트(사실)가 있어야 한다”고 했겠는가.

한나라당이 폭로한 의혹 중에는 누가 봐도 수긍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대선 후 기업들로부터 900억원을 받았다는 주장도 부산 경제 여건을 생각하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정 의원도 ‘부산 시민들이 모두 웃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 사무총장은 ‘김대중 정권 때 그들도 우리에게 (이런 식으로) 수없이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 한나라당의 폭로전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구태는 청산의 대상일 뿐이다. 한나라당이 같은 식으로 대응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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