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연구산 돌거북 바로 놓으면 달구벌 정신 살아나요"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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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거북이 제 자리를 잡듯 대구 경제와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일이 술술 풀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복원, 발굴하기위해 최근 ‘달구벌 얼 찾는 모임’을 결성한 이정웅(李貞雄·58·사진)씨. 올해 대구시 녹지과장으로 있다 정년퇴임한 그는 지역의 지리와 문화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그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과 함께 그 첫 사업으로 대구 중구 봉산동 옛 연구산(連龜山) 자리에 놓여있는 ‘돌거북(石龜) 바로 놓기’에 나선다.

이 모임은 19일 오전 10시 중구 봉산동 대구제일여자중학교에서 회원들과 지역 학계 대구시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연구산 돌거북 바로놓기’ 행사를 열 계획이다.

돌거북은 수천 년 전 대구에서 살았던 선조들이 대구의 진산(鎭山)인 옛 연구산 과 대덕산(앞산), 비슬산에서 이어지는 대구의 남북간 지맥이 통하도록 대형 화강암으로 거북 형태를 만들어 옛 연구산(현 중구 봉산동 대구제일여중 교정)에 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길이 177cm, 폭 127cm, 높이 60cm, 무게 1.94톤 가량의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돌거북은 ‘경상도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등 옛 문헌에 그 연원이 대략적으로 기록돼 있다.

돌거북이 있는 곳은 특히 조선의 문필가 서거정(徐居正) 선생이 달성 십경(十景) 중 3경(景)으로 꼽을 정도로 유서 깊은 명소.

이 돌거북은 그러나 일제 말 옛 연구산 자리에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가 들어서면서 여기저기 옮겨지는 수난을 겪다가 이 학교가 다시 대구제일여자중학교로 바뀌자 학교 서편 화단 앞에 원형 일부가 훼손된 채 머리가 동남동 쪽으로 향하는 등 원래 위치와 방향과는 다르게방치돼 왔다.

이씨는 “돌거북을 과거 원 위치와 가장 근접할 것으로 추정되는 학교건물 가운데 화단 앞쪽에 머리를 남쪽 방향으로 틀고 꼬리는 북쪽 방향으로 향하도록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1운동의 모태가 된 대구국채보상운동과 2·28 대구학생의거 등 민족사의 큰 흐름을 주도한 대구정신의 복원을 위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돌거북의 내력을 알고 있는 시민들이 위치와 방향을 원래대로 바로잡을 것을 염원해 왔다”면서“실제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이나 지난 2월 발생한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등 지역에서 큰 화재가 날 때마다 돌 거북을 원 위치로 되돌려 놓으라는 요구가 빗발쳤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역의 풍수전문가들은 “대구에서 살았던 선인들이 돌거북의 머리를 남쪽 방향으로 둔 것은 연구산의 남쪽에 위치한 대덕산 등에서 나오는 화기(火氣)를 막는 역할을 하도록 한 주술적 의미도 담겨 있다”며 “돌거북 머리의 방향이 바뀌면서 이런 기능이 약화돼 지역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달구벌 얼 찾는 모임은 대구시에 조만간 연구산 돌거북을 문화재로 지정하도록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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