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교육은 지금 ‘上京과외’ 중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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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고교 교사가 학생들을 이끌고 서울 강남의 학원으로 ‘유학’을 온다니, 이렇게까지 추락한 우리 공교육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대입 구술고사와 논술 수준이 너무 전문적이고 특화돼 있어 지방교사들이 다룰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듣기에 안타깝다.

어찌 보면 한계를 인정하고 사교육기관으로 학생들을 넘기는 지방고교가 학생 교육을 포기하다시피 하는 학교보다 나을지 모른다. 서울에서도 학생들이 학원에서 지원 대학별 입시공부를 하느라 학교가 텅 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입시교육만이 교육은 아니라 해도 학교의 ‘존재 이유’를 잃은 현실에 대해 교육자들은 자기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수능 성적을 비관한 고교 3년생들이 자살을 하고, 사교육비와 교육이민으로 가정이 흔들리는 등 문제의 핵심은 부실한 공교육에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간담회에서 학생들이 “사교육비 증가는 학교가 학원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를 대변한다. 현재의 대입제도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어린 학생들의 발언에 어른들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학교 교사가 학원 강사만큼 학생들을 이해하느냐”는 항의에선 전인교육마저 실종된 공교육 붕괴 실상이 드러난다.

더 이상 공교육 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 교육개혁의 큰 틀은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기르는 정책전환에서 이뤄져야 하되 당장은 학교와 교사부터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자기계발에 힘쓰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현직 교사들이 학습효율성 극대화와 수업방식 개선에 대해 학원 강사 못지않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현실과 제도적 한계를 탓하면서 무사안일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다양한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수능시험과 각 대학의 전형 방향은 옳다. 그렇다면 학교교육이 이에 맞춰 변화해야 마땅하다. 공교육 종사자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않으려면 공교육부터 제자리에 올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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