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신고건수 2년새 2배로…피해자 지원 예산 70%남아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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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식의 향상과 함께 성폭력 신고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데 비해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체계는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사업은 2001년 여성부가 발족과 함께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나 피해자 의료지원비 예산의 70%가 사용되지 않는 등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겉도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사업=과거와 달리 성폭력 피해자의 신고가 활발한 데 비해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집행명세서
구분 예산액불용비율수혜인원
2000년9922만원68.4%341명
2001년1억32만원64.1%561명
2002년3억5204만원77.2%806명

26일 법무부에 따르면 성폭력 사범은 2000년 2만8670건에서 2002년 4만8112건으로 2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예산도 2년 사이 4배 가까이 증액됐으나 2000년 이후 매년 평균 69%의 예산이 사용처를 찾지 못해 불용 처리되는 실정이다.

여성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예산은 2000년 9922만원에서 2002년에는 3억5200만원으로 늘었으나 불용 비율도 68.4%에서 77.2%로 늘어났다. 2002년 한 해 동안 의료비를 지원받은 사람은 806명으로 성폭력 건수의 1.68%에 그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피해자가 이를 지원받으려면 반드시 성폭력상담소를 거치도록 한 규정 때문.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상담소를 찾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여성부에 대한 국회 여성위원회의 국감에서 민주당 이미경(李美卿) 의원은 “의료기관에서 성폭력 피해자임을 입증할 경우 상담소를 거치지 않아도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성폭력 피해자 안 받아요”=성폭력 피해자는 병원에서부터 홀대받기 일쑤다. 여성부가 지정한 여성폭력긴급의료지원센터 7곳의 올해 상반기 성폭력 관련 진료는 288명에 그치고 있다.

서울 보훈병원의 경우는 2001년 11월 여성폭력긴급의료지원센터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진료건수가 단 한 건도 없다.

또 성폭력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된 265곳의 병의원 중 울산 충북 경남 제주의 의료기관들은 2002년부터 올 6월까지 진료 실적이 모두 10건 이하를 기록했다.

병의원들의 진료 및 진단서 발급 거부도 여전한 실정. 서울 구로구 구로6동의 한국성폭력위기센터가 2001년 2월부터 올 3월까지 센터를 찾은 1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서울의 병의원에서 진료거부를 당했다는 응답이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금자(朴錦子) 성폭력위기센터 소장은 “의사들이 성폭력 피해자를 진료할 경우 나중에 검찰이나 경찰, 또는 법정에 불려 나가야 하는데다 진단결과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며 피해자의 심적 고통과 의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비디오 증언의 법제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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