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영남대교수 "갈등의 사회…협상술 익혀야"

  • 입력 2003년 9월 22일 18시 51분


코멘트
‘10분만 더 잘까, 지금 일어날까.’

‘(위천공단) 낙동강을 오염시킨다, 괜찮다.’

‘(멕시코 WTO 협상) 한국은 개도국이다, 아니다.’

따지고 보면 개인이나 지자체, 국가끼리 협상이 필요하지 않는 상황이 없다. 지금처럼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개인이나 집단의 욕구가 뿜어져 나오는 때는 더욱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 중요해진다.

영남대가 지난 학기 지역 처음으로 마련한 ‘협상학’ 강좌가 갈수록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학기에는 1000여명이 신청해 이 가운데 2개반 280명만이 협상학을 공부했다. 이번 학기에는 반을 4개로 늘려 400명이 참여하고 있다.

협상이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협상은 세상 돌아가는 기본 원리’라는 이 강좌의 주제 때문. 협상은 특별한 지위에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누구나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겪는 일상사라는 접근이 학생들의 마음을 붙들었다.

강좌를 맡았던 교수 5명은 학생들의 참여 열기에 힘을 얻어 수업 내용을 아예 책으로 펴냈다. 이 대학 우동기(禹東琪·행정학) 박재호(朴在鎬·심리학) 이성근(李盛根·지역개발학) 정준표(鄭俊杓·정치외교학) 교수와 장영두(張永斗·경북도의회 전임연구원) 박사 등 5명이 펴낸 ‘성공 전략 협상’(영남대 출판부)이 그것.

“사회가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로 빠르게 전개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 이해 갈등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요.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운데도 우리는 협상에 대해 너무 모릅니다.”

대표 저자인 우동기 교수의 말이다.

한국에서 특히 협상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저자들은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상대방과 수평적 관계를 전제로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풍토가 부족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으로 단정하는 분위기 △사회 구성원 끼리 적군 아니면 아군이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 팽배 등을 꼽았다.

390쪽에 담긴 내용은 협상의 ABC를 체계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협상이 필요한 상황을 신문에서 가려 뽑은 105가지 사례는 최고 장점이다. 교수 5명은 올 5월까지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됐던 갈등 사례를 신문을 뒤지면서 찾아내는 공을 들였다. 왜 협상이 중요한지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준표 교수는 “이공계와 의대, 여학생들의 참여가 많고 1학기에 비해 학생들의 태도가 훨씬 진지해졌다”며 “협상 능력을 전공에 관계없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