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제까지 월급쟁이만 봉인가

  • 입력 2003년 9월 22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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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40.7%가 월 소득 300만원 이하로 신고했다는 국감자료가 나왔다. 산출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변리사의 평균 수입이 연 5억5000만원, 변호사는 3억4000만원이라는 국세청 자료에 비해 턱없는 수준이다.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기 위해 소득을 낮게 신고하고 있다는 게 야당 의원의 지적이다. 지난달엔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 기준소득을 줄여 신고한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소득이 환히 노출되는 직장인은 상대적 박탈감을 감출 수 없다. 이들 고소득자가 보험료를 적게 낸 만큼 직장인들은 그 몫까지 합쳐 부담하는 ‘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직한 소득신고자와 힘없는 봉급쟁이만 제대로 세금과 보험료를 내는 사회는 공평하지 않다. 소득이 적은 직장인이 자기보다 많이 버는 전문직 종사자의 건강까지 챙기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특히 연금보험은 보험료가 적을수록 연금산정시 수익이 더 커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소득 축소가 횡행할수록 보험료를 많이 내는 직장인이 손해를 보게 된다.

봉급쟁이만 봉 노릇 하는 이 같은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도무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소득파악률이 29.4%에 불과한 현실 때문이다. 전문직 종사자,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해 세금을 매기고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개혁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불만과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시민의 양심과 애국심에 호소해 실제 소득을 신고하도록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만 맡겨 둘 일도 아니다. 실제로 보험공단이 국세청에 ‘세무조사 요구권’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인 형편이다.

소득 파악 문제는 국세청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교한 시스템을 통해 소득파악률을 높이고 이에 따라 세금과 보험료 등을 투명하게 매기는 일이야말로 피부에 와 닿는 생활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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