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버스전용차로 정체 여전… 평소보다 1, 2분 빨라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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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서 광역직행버스를 이용해 서울 광화문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씨(30)는 1일 오전 7시30분 집을 나섰다. 평소보다 20분 늦었지만 오히려 마음의 여유는 있었다. 이날부터 경부고속도로 수원IC∼서초IC 26km 구간에서 평일에도 출퇴근 시간(서울방향 오전 7∼9시, 수원방향 오후 6∼8시)에 버스중앙전용차로제가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판교톨게이트를 지난 지 5분도 채 달리지 못해 서울 서초구 초입부터 어김없이 정체 현상이 빚어졌다. 전용차로여서 일반차로보다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었지만 막히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씨가 회사에 도착하기까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1시간40분이 걸렸고 결국 지각을 했다.

교통환경연구원은 이날 오전 두 차례에 걸쳐 경기 수원∼서울 반포간 버스와 승용차의 운행시간을 조사했으나 모두 평소와 1, 2분 차밖에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부고속도로와 함께 버스중앙전용차로제 운영에 들어간 국가지원지방도 23호선 경기 용인 동천동∼분당 금곡IC 1.6km 구간 역시 별로 나아진 게 없었다.

동천∼금곡 버스중앙전용차로제는 중앙선 한 차로가 오전 4∼10시 서울방향, 오전 11시∼다음날 오전 3시 수지방향으로 바뀌는 가변식이다. 이 때문에 일반차로가 버스전용차로로 바뀌는 지점은 중앙차로를 빠져나오려는 승용차와 중앙차로로 들어가려는 버스가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전용차로의 구간이 워낙 짧아 구간 앞뒤의 정체현상으로 인해 버스가 전용차로에 접어들어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건설교통부와 경기도가 수원과 분당, 수지 등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서울 출퇴근 편의를 위해 도입한 평일 버스전용차로제가 이처럼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등은 시행 초기의 혼란에다 개학에 따른 교통량 증가, 비 오는 날씨 등이 맞물려 1일과 2일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경찰은 경부고속도로 전용차로의 경우 버스 3, 4대에 승용차 한 대꼴로 위반차량이 수두룩했지만 시범실시기간이라 단속을 하지 않았고 별다른 계도도 하지 않았다.

용인 수지에서 서울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이모씨(36)는 “버스전용차로제 실시 이후 이 시간대를 피하려는 차량들로 경부고속도로의 정체시간이 오전 7시에서 오전 6시로 앞당겨졌다”며 “버스 운행도 나아진 게 없어 교통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동천∼금곡 버스중앙차로에 설치했던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규제봉 80여개가 오히려 차로 변경을 가로막자 이를 설치 하루 만인 2일 뜯어내는 등 계속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는 “내년에 금곡IC∼판교IC 5.8km 구간에도 버스중앙전용차로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통환경연구원 김기준(金祺峻) 부원장은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위반차량이 너무 많아 전용차로가 무용지물이 됐다”며 “시민들이 잘 협조해야 하고 경찰도 제대로 계도하고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한달 정도 적응기간을 거쳐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가 제대로 운영되면 경기 수지∼서울 광화문의 버스 운행시간을 40분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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